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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5% 떼여서 기분 나쁘다

내 탓이오는 괜찮다만, 니 탓이오는 하지 말자

by 글로다짓기 최주선



지난주 쌍문동에서 공항버스 타고 공항에 올 때 18,000원을 주고 탔다. 남편, 나, 별 이렇게 셋이니까 54,000원. 쏘카 빌리는 거나 비슷할 거 같은데 쏘카 예약도 안되고 버스도 시원하고 편하니 잘했다 싶다.


열흘이 지나 다시 공항이다. 공항행은 각 정류장에서 탈 때 버스 카드로 결제하면 되는데, 공항에서 목적지로는 미리 앱이나 공항에서 예매를 해야 한다. 예매 변경 옵션이 있긴 하지만 출발 한 시간 전에만 가능하고, 출발 3일 전만 100% 취소 가능, 이후로는 퍼센트가 달라지면서 취소 시 수수료가 붙는다.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해 미리 결제하지 않고 출발 한 시간 전에 예매 결제를 했다. 그리고 약을 먹기 위해 뭐라도 먹어야 하는 남편을 위해 파리크라상으로 들어갔다. 새벽 비행이라 잠도 푹 못 자고 속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나와 양치를 안 해서 음식을 안 먹겠다는 별이는 그 앞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물만 홀짝 거렸다.


결제 후 탑승 시간까지 텀이 짧고, 이미 결제할 때 환불 조건 사항을 읽고 예매를 한 터라 취소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탑승 시간 15분 남겨두고 버스 탑승 지역으로 갔는데 버스가 하나도 안 보인다.

“어..? 여기 터미널 2인데?”

이미 예매 전에 여기가 터미널 1이 맞냐고 5번을 남편에게 물었는데 빙 둘러보더니 맞다고 하길래 진짜 맞다고 생각하고 바로 예매했던 게 화근이었다.


“헐… 지금 예매하면 수수료 떼여. 5% 씩인데… 우리 터미널 1까지 10분 안에 못 가! 갈 수 있어? 안되지. 뤼소해야겠네. 16,200원 수수료 떼여. 웬일이니…“


맞다며, 여기가!!!

“에휴, 내가 말만 듣지 말고 확인을 했어야 되는데. “

미간을 찡그리며 입을 나불거렸다. 날린 수수료가 아까워 구시렁거리면서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지하로 내려오니 “제2여객 터미널” 이란 글자가 크게 보인다. 왜 그게 1층에선 안 보였을까 있었을 텐데. 꼼꼼하게 확인 안 한 내 탓인데 수수료 날린 게 화딱지가 나서 입을 꾹 다물었다.


“변경될걸? 거기 출발 5분 전까지 변경된다고 나와있어 변경 안 하고 취소했어? “

앱에서 확인 안 하고 분명 챗 gpt나 코 파일럿한테 물어봤을 거다.

“출발 한 시간 전에 딱 한 번만 변경된다고 여기 나와있고, 변경 버튼은 활성화가 안 돼.”


남편 잘못만도 아닌데 왜 이렇게 화가 날까. 열을 삭이려 앱을 열어 손가락을 신나게 움직이고 보니 5분도 안 됐는데 살짝 열이 식었고 평점심을 찾았다. 글쓰기의 효과란! 알면서도 상황을 무기 삼아 이 핑계 저 핑계 대는 모습은 참 초라하고 부끄럽다.

글 쓰다 보니, 나도 잘못 알고 진짜라며 알려준 정보도 있었던 일도 생각이 나고 나 때문에 피해본 사람도 생각이 나고 그렇다.


써내려가다보니 선택에 관한 생각도 맞물렸다. 무슨 일이든 결정의 몫은 내게 있다. 티켓을 사는 일도 변경하고 취소하는 일도, 모두 규정이 있지만 그 안에서 선택은 내 몫이다. 늘 선택의 기로에 있다. 때로는 누군가 나에게 빨리 선택하라고 재촉하고, 그것이 옳다고 실컷 떠들어 놓고는 장단점을 늘어놓는다. 그리곤 자! 이제 선택은 네가!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은 늘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불안하고 초조하기 나름이다. 나를 생각해 줘서 하는 말도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조언과 충언이라며 들려준 말은 무책임하게까지 들리기도 한다. 나도 이미 알고 있지만, 기분이 그렇다. 반대로, 나도 그랬던 경험이 있을 거다. 남편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후배에게, 자녀에게. 매 순간 그렇다. 그저 큰 선택의 기로에서도 작은 기로에서도 마음과 상황을 사인 삼아 그렇게 걸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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