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함께 늙어가는 세상에서 만난 작은 희망

by 로운

부모님의 연세가 80을 넘기면서 병원에 갈 일이 잦아졌습니다.


여느 부모님들보다 건강을 잘 유지하고 계시다 여겼지만, 한 해 두 해가 지날수록 나이 듦이 부쩍 와닿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호통에 바짝 쪼그라들던 제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제는 유해지고 자상해지신 아버지의 어깨가 왠지 축 내려앉은 듯해 마음이 울적해집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온갖 모임으로 바쁘시지만, 돌아오시면 먼저 누울 자리를 찾으십니다. 끙끙 앓으며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나서시는 모습을 보면 역시 '울 엄마다' 싶습니다. 밖에 나서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힘차게 훨훨 날아다니시지만, 집 안에서는 병든 닭처럼 자리 보존하시는 것이 때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하지만 찾아주는 이가 있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매일 감사할 이유를 찾게 됩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 앞선 차에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부모님과 자식이 함께 늙어가는 세상 속에서,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와닿았습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명은 길어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병원 방문이 쉽지 않고, 때로는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이나 의료진이 직접 찾아와 치료와 돌봄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는 몸과 마음을 모두 위로하는 소중한 역할을 합니다.


부모님이 익숙한 집에서 치료를 받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감과 함께 체력 소모도 줄여 줍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 대기 시간, 낯선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건강을 돌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런 의료 서비스는 부모님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와 가족의 정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해 줍니다. 단순히 진료를 넘어서, 그분들의 하루하루를 함께 이해하고 지지하는 돌봄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마주친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라는 글귀는 우리가 앞으로 맞이할 ‘함께 늙어감’의 새로운 모습이자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치고 힘든 날에도 밖에 나서면 다시 힘을 내시는 어머니의 모습과, 유해지시고도 무게감 있는 아버지의 어깨를 바라보며, 그런 찾아가는 돌봄이 가족의 일상에 더 깊이 스며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keyword
이전 05화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착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