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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퇴사법_퇴사 전 챙길 것

by 뇌팔이

퇴사라는 문을 열었다면, 떠난 후의 나에게도 빚을 진 상태다. 후회 없는 퇴사를 위해 꼭 챙겨야 할 세 가지 점검표를 꺼내본다.

1. 재정적 안전망
퇴사는 ‘자유’라는 단어로 포장되지만, 현실은 수입이 잠깐 멈추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월급이 들어오던 그 통장에 내가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게 되려면, 퇴사 전부터 챙겨야 할 것이 있다.

자동이체·구독료·월세·보험 등 ‘월 고정지출’을 정리한다. 퇴사 후에도 매월 빠져나가는 돈은 곧 정신적 압박이 된다.

최소 3개월치 생활비를 ‘비상금’으로 확보해두지 않고는 섣불리 사표를 던지지 말자. 수입이 다시 들어올 때까지 나의 기본생활이 흔들리지 않아야 품격있는 퇴사생활을 할 수 있다. 게다개 사 이후 내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명확한 계획마저 없다면 자유는 금세 불안으로 바뀌기 십상이다. ‘좋아하는 일’ 이전에 ‘먹고살 수 있는 일’부터 준비할 것을 권한다.

퇴사 후 첫 달은 ‘적응기간’이다. 기대감보다는 현실 점검이 먼저다. 지출이 줄지 않는다면, 후회는 내게 돌아온다.


> 체크포인트: 통장을 열어보라. 자동이체 항목이 몇 건이나 있는가? 그 중 지금 당장 없어져도 괜찮은 것은?


2. 일상이 무너지는 순간
회사라는 시스템 속에서 우리는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아침 출근, 점심시간, 퇴근, 회식… 퇴사하면 이 리듬이 사라진다. 그 순간이 가장 큰 위기다. 백수가 아니라 자유인이 되고 싶다면 퇴사 후 첫 주, 아침 기상시간과 간단한 루틴을 정할 것을 권한다.(예: 7시 기상 → 7시30분 커피 → 8시 독서) 하지만 외부적 강제규칙이 없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도움이 된다면 작은 성취감을 쌓아 가는 것도 좋다. 예컨대 “오늘 책 한 쪽 읽었다”, “블로그 글 하나 썼다” 같은 사소한 목표도 괜찮다. 이런 작은 성공이 내가 ‘일하는 나’라는 자아를 지켜준다.

‘주 5일 출근’이 사라져도, ‘나만의 주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쉬는 날도, 일하는 날도 나만의 규칙이 있어야 방황이 멈춘다.

퇴사 후 ‘하루가 길다’, ‘무력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시간표 아닌 행동목록을 만들어 두면 무력함이 줄어든다. — 머릿속 계획이 아닌 손으로 적은 체크리스트가 나를 움직인다.


> 체크포인트: 오늘 당신이 ‘아침 루틴’을 지켰는가? 지켰다면 스스로에게 “성공했다”고 말해보라.


3. 관계지도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 있을 때 만났던 동료, 상사, 클라이언트… 퇴사 후 그 관계들은 자연스럽게 바뀐다. 하지만 그럼에도 관계를 완전히 놓아버리면, 나만 홀로 남은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퇴사 전 마지막 주에 관계 정리 메모를 만들자. “이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겠다”, “이 일로 연락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같은 단문이라도 좋다.

“직장 관계 = 업무 관계”라는 한계를 인정해야한다. 하지만 퇴사 이후에도 인맥이 자산이 될 때가 있기 때문에 벽을 치고 잘라 내기보다는, 창문처럼 열어두어라.

새로운 삶의 방식을 원한다면 인간관계부터 새로 설계해야한다. 프리랜서·창업·N잡 등 변화한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될텐데, 늘 나의 ‘다음판’을 염두해두고 앞으로 필요한 사람군을 떠올려야 효과적으로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면 친밀한 관계든 가벼운 인연이든, 두 그룹으로 나누어 관리하면 부담이 줄어든다.

A그룹: 깊이 있는 관계 (가족·절친)
B그룹: 변화 속에서 생기는 새 인연 (스크린 속 잉여 → 실제 네트워크)


마지막은, 관계 큐레이션이다. 모든 연락을 유지할 필요 없다.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관계를 의식적으로 남기고, 그렇지 않은 것은 내려놓자.


> 체크포인트: 퇴사 직전 한 달간 연락했던 사람들 중, ‘앞으로도 유지하고 싶은 사람’ 3명을 골랐는가?

에필로그
퇴사란 단순히 조직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나만의 삶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렇게 챙겨야 한다:
재정적 기초 > 일상의 리듬 > 관계의 재배치.
이 셋을 놓치면 퇴사는 ‘해방’이 되지 않는다, ‘표류’가 된다. 표류를 피하고 싶다면 이 셋을 지금부터라도 챙겨보기를 권한다. 단지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아니라 “한발 성장하는 나”가 되기위해.


그저 피곤한 오늘의 탈출구가 아니라 계획된 내일이 될 퇴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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