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른 중반, 유리한 이직 vs 불리한 이직

by 뇌팔이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는 묘하다.
회사에서는 우리 팀 에이스라며 일을 몰아준다.
시장에서는 “이직하기 좋은 골든 에이지”라고 부른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둘 다 조심해야 할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른 중반을 ‘가장 잘 나가는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쉽게 무너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일이 익숙해지고, 연봉은 가파르게 오르고, 명함에 붙는 타이틀도 단단해진다. 그런데 몸과 마음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 좀 쉬자.”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이대로 오래 가긴 힘들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가장 지쳐 있을 때가, 가장 잘나갈 때라는 것.

그래서 서른 중반의 이직은 실은 ‘앞으로의 10년을 나눌 갈림길’을 결정하는 일이다. 잘하면 올라가고, 한 번 삐끗하면 그대로 미끄러진다.

내 커리어에서 “증명 가능한 결과물”이 확실할 때
이직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건 ‘성과’다. 서른 중반은 대체로 2~3개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끝냈을 가능성이 큰 시기다. 이게 있으면 시장은 당신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몸값도 스스로 올릴 수 있고, 협상도 유리하다.

커리어가 정체됐다고 느껴질 때
상사가 나쁘고, 환경이 열악하고, 워라밸이 없어서 이직을 고민하는 것은 도망이다. 하지만 커리어 정체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신호다. 실력이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는데 근속만 늘어난다면,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불리해진다. 아직 체력과 멘탈이 아직 ‘위험수위’에 닿지 않았을 때 이직을 준비해야한다. 극도로 지친 상태에서 이직하면, ‘대충 좋아 보이는 곳’으로 흘러가기 쉽다. 경쟁력 있는 시장을 고르고 냉정하게 회사를 평가할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가 있을 때 옮겨야 한다.
이직은 체력 싸움이다.

너무 피곤하면, 회사의 단점만 보이고 업계 전체가 싫어진다. 하지만 그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회사는
대부분 ‘흐물흐물한 곳’, 돈은 적게 주고 일은 적당히 굴리는 곳이다. 지쳐 있는 사람의 눈에는 그런 회사가 이상하게 따뜻해 보인다.
그리고. 몇 달 후 후회한다.

“연봉이 왜 이래?”
“일의 깊이가 너무 얕은데?”
“내 커리어, 이대로 괜찮나?”

서른 초반이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
하지만 서른 중반 이후는 다르다. 내려온 연봉과 포지션을 다시 끌어올리기가 훨씬 어렵다.

엄마는 늘 밥을 싹싹 긁어먹으라고 했다
가끔은 회사가 힘들고 지겨워도, 정말 커리어에 필요한 경험 10%만 남아 있을 때가 있다. 그걸 채우고 나가야 다음 회사에서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이 마지막 10%를 채우지 않은 사람과 채운 사람의 커리어는 3~4년 뒤에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서른 중반 이직은 “기회”이자 “모험”이다
서른 중반은 원래 모순덩어리다. 가장 잘할 때이면서, 가장 지쳤을 때. 가장 많이 벌 때이면서, 가장 흔들릴 때.

그래서 이직도 ‘감정’이 아니라 ‘전략’으로 해야 한다. 내가 가진 스킬·성과·체력·멘탈·시장 가치를 냉정하게 계산하고 움직여야 한다. 이 시기의 이직은 커리어의 분기점이다. 잘하면 따뜻한 40대를 보내겠지만 까딱 잘못하면 평생할 고생을 몰아하며 다시 올라오느라 시간을 쓴다.

너무 솔직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시기만큼은 ‘그냥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것’을 말리고 싶다. 이미 커리어가 쌓였기 때문에, 지름길도 있고 낭떠러지도 있다. 둘 중 어디를 밟는지는 정말 1~2년 사이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니 이직을 고민한다면, 지금 내 상태가 유리한 때인지 아니면 불리한 때인지 먼저 냉정하게 체크하길 바란다.

그 순간의 판단에 앞으로의 10년이 달렸다.

keyword
이전 05화긍정적인 퇴사법_퇴사 전 챙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