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날. 바다 ; 물, 구름, 하늘
어제에 이어
끝도 없어 보이는 물이 찰랑찰랑 거린다.
찰랑 거리는 물 위로 가림막 하나 없는 하늘이 펼쳐진다.
하늘에는 제법 한가로워 보이는 구름이 있다.
광활한 하늘에 넋을 놓는가 싶으면
쓰윽- 다가왔다가
촤르륵- 멀어진다.
그 소리가 귀에서도 다가왔다 멀어져서 귀를 기울이게 한다.
그렇게, 발밑에서 하얀 거품으로 변하는 파도에 눈을 뺏긴다.
발 밑 젖은 모래 사이로 예쁜 유리조각이 반짝거리기도 하고
하얗고 작은 조개껍질이 뽀얗게 눈부시다.
마치 아기에게 '까꿍' 놀이를 해주는 듯 파도는
유리조각을 덮었다가,
조개껍질은 덮었다가,
활짝 열어 보여준다.
까르르 웃는 아이 소리가 들려 바라보면
아이는 파도를 쫓아갔다가,
쫓아오는 파도를 피했다가,
술래잡기를 하면 즐거워하는 중이다.
이상도 하다.
아이뿐 아니라 대부분 파도와 그렇게 놀고는 한다.
태초부터 존재했던 만남의 인사처럼.
여름이 끝난 해수욕장은 고요하다.
서핑보드는 쌓여있고 넓은 백사장에 사람이 몇 없다.
들리는 것은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가끔 아이의 웃음소리.
참 좋다.
멀리서 보는 바다도 좋고, 배 위에서 보는 바다도 좋지만
백사장이 있는 바다는 무엇보다 좋다.
물, 하늘, 구름 그리고 소리.
여기서 펼쳐지는 자연의 변주는 또 어떠한가
금빛으로 물들었다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가
바다를 내가 왜 가고 싶어 하는지 새삼 깨닫는다.
언제나, 변함없이
오랜만에 가도 없어지거나 사라지거나 하지 않고.
그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