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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장] 의자가 필요해.

스물한 번째 날. 전시회를 가면.

by 그린제이

미술 전시를 보다가 늘 같은 의문이 든다.


왜 의자가 없을까?

가끔씩 오랫동안 보고 싶은 작품들이 있다. 마냥 바라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좋아하는 작품들이 가득한 공간에 머물면서 만끽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유명작가의 전시회는 더욱더 어렵다. 한 줄로 나란히 서서 인간띠를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평일 한낮을 겨냥해 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오늘 보고 온 전시도 마찬가지였다.

좋아하는 작가라 그의 작품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기도 했고 오랫동안 보고 싶었다.

역시나 이곳에도 의자는 없었다. 너무너무 아쉬웠다.

그래. 다른 곳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큐 틀어주는 곳에도 의자는 없었는데 이 부분은 다큐를 자세히 보라는 의도가 있어 보이는 큐레이션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들 서서 다큐 감상을 했는데 (물론, 나도) 작품과 다큐를 보는 곳의 동선이 겹쳐지게 되어 있어서 작품감상에 방해요소가 되기도 했다.


미술관 의자에 대한 아쉬움은 개개인이 다르겠지만 나는 의자가 목마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김창열'전 일부 작품에 의자가 있음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고요하게 작품을 보고 있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한층 더 작품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쉬움이 더 컸던 것이었을지도...


전시를 보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가끔은 쉬었다가 보고 싶은데 말이지.

하지만 재입장은 어려우니까 어떨 때는 관심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은 대충 보고 넘기기도 한다.

아,

그래서였던가?

문득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전시를 보러 가면 전시가 시작하는 쪽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경향이 있는데 뒤로 갈수록 그 정체가 좀 적어지거든. 어쩌면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뒤로 갈수록 에너지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겠는걸.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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