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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AI까지 - 1. 시

[글쓰장] 서른세번째. 사소한 것들로 쌓여온 감각의 연대기 1

by 그린제이

아주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글이라 명확하지 않은 오류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

지나고 보면 혁명이었던 그 순간들이 어느 순간 몹시 귀하게 여겨져 기억하는 것들을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책, 일기장, 편지, 쪽지등에 대하여.


1. 시(POEM)

나는 시를 좋아했고 그때는 시가 흔했다. 흔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숙제로 시낭독이 있었고, 시화전을 매해 열였으며 시 쓰기 대회도 있었고 일기장에는 물론이고 친구에게 보내는 쪽지에도 아무렇지 않게 자작시를 적어 보냈다. 시집이 대 유행을 하기도 했었고.


시와 관련되어 기억되는 일이 하나 있다. 국민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인가

시낭송 테이프 한 질을 샀었다. 학교에 시낭송 테이프를 판매하는 분이 오셔서 사고 싶은 사람만 사는 거였는데 그중 하나가 나였다. 이 테이프가 뭐냐면 성우분들이 엘빔보나 외로운 양치기 같은 경음악에《목마와 숙녀 》나 《애너벨 리 》등의 명시들을 낭송한 테이프였는데 지금으로 보면 오디오북 같은 거려나?

이 테이프 살 용돈을 모으려고 내가 삼촌 심부름을 많이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때 시들의 기억 잘 안나는 걸 보니 첫대목에서 잠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들었던 테이프의 첫 시가 《목마와 숙녀》였고, 그 첫 줄은 기억이 분명하다.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소년의 옷자락에 대해 이야기한다 」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날 때 나도 잠 속으로 떠난 듯하다. ㅎ


시집 하면 중 • 고시절 유행했던 서정윤《홀로서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정말 크게 유행을 했었다. 선물로 주고받고 제일 많이 했던 책 같다.

그때 좋아했던 다른 시인들의 이름도 떠오른다. 원태연, 류시화

사실 《홀로서기》시구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다른 시집의「사랑한다는 것은 새의 날개를 꺾어 너의 곁에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날아갈 수 있도록 놓아주는 것이다.」나 「넌 가끔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 딴생각을 해.」이런 시구는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시집도 기억에 남는데,

이 시집의 첫 장(?)에 보면 '성산포에 가게 된다면 이 시집을 들고 가라.' 이런 식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기억이 맞다면- 그래서 성산 일출봉을 오를 때 이 시집을 들고 갔었는데 일출봉 정상에서 읽는 이 시집은 정말 남다른 느낌을 주었다. 시인이 무엇을 보고 느끼며 시를 썼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아! 저것을 보고 이런 글을 썼구나. 아! 이 말은 저곳을 말하는구나.' 그런 감정공유가 생기는데 특별하고 멋진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접했던 시 중에 많이 놀랐던 시집은《서른, 잔치는 끝났다.》이지 않을까 싶다. 충격적이었어.

가장 많은 위로를 받은 시는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여전히 토닥거려주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산 시집이 있었나 찾아보니 초판 디자인으로 다시 나온 백석 시인의《사슴》,

(나의 짧은 지식으로는 제대로 읽을 수가 없는 시집이더라. 옛말은 둘째치고 한자가 너무 많다.)

서촌 독립서점 '책방 오늘'에서 비밀책꾸러미 안에 있던 이제니 시인의《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가 있구나. 이 시집은 산문시가 많았다.


나는 여전히 시라는 장르가 좋다.

예전만큼 읽거나 사지는 않지만...

여전히 시가 주는 은유적인 말과 리듬이 좋다.


얼마전 동묘 헌책방에 구매한 릴케 시집을 보자. 마침 아날로그 정점에 있는 듯. ㅎㅎ

나보다 더 오래 이 땅에 살고 있는 시집. 활자부터 다르다. 너무나 근사하다.

활자부터 다른 것이 아마 한 자 한 자 조판해서 찍어냈을 것이고 여기 페이지 곳곳에 삽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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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판화같은 느낌 오른쪽은 사진 같고




AI에게 물어봤다.

요즘 가장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시 전문을 요구했더니 재미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알려주었고, 챗은 저작권 있는 시는 전문을 옮길 수 없다면서 본인이 지었주겠다면서 무척이나 긴 시를 써줬다. 당황스럽다.

제목은《너에게 보내는 온도》...

챗은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이 평범한 건가?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재밌는 애군)


그래서 질문을 바꿔보았다.

시가 뭐라고 생각해?

재미 : 결론적으로, 시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가장 진실한 감정을 노래하는 예술'**이며, 혼란스럽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잠시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쉼표'**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챗 : 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는 글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언어의 방식이며, 감각과 리듬으로 세계를 다시 만드는 행위.


한 줄 요약

재미 "가장 압축된 언어로 인간의 가장 진실하고 미묘한 감정과 삶의 본질을 노래하는 예술"

챗 "시는 말로 다 말할 수 없는 마음을, 가장 정확한 말로 건네려는 시도다."


챗은 본질이 시인이 아닌가 싶어졌다. 한 줄 요약도 시인걸.



문득, 사람마다 다 다른 답을 하는 걸까? 궁금해졌습니다.

혹시 같은 질문을 하시게 되면 제게도 알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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