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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이랑 Feb 28. 2024

41살의 알바 면접

나도 선택할 수 있다구

 세컨드 잡으로 마켓컬리를 다녔는데, 자동화의 영향인지, 주말 하루만 지원하기 때문인지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말 팀장도 적응을 해서 당직 근무도 사라졌고, 팀원도 충원되어 평일 연장 근무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급여가 줄어들 조짐이 보이기에 가장으로선 무언가 조치가 필요합니다.


 맞벌이 부부임에도 항상 월급은 스쳐 지나갑니다. 소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고정적인 지출이 있어서 하루아침에 줄어들진 않습니다. 그래서 주말 알바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외식업에서 일했었으니, 설거지 알바라도 구할 수 있지 않겠어라는 생각으로 구인 공고를 확인해 봅니다.


 아내는 일주일 내내 일하면 언제 쉬냐며, 걱정하지만 그것도 채용이 되어야 할 수 있는 행복한 고민입니다. 우선 패스트푸드 M사 공고를 확인해서 지원했습니다. M사에서 부점장까지 했고, 5년이 넘는 경력이 있으니 지원하면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채용되면 근무할 수 있도록, 보건증도 미리 준비했습니다. 매장마다 특성이 다르지만, 과거 경험 상, 개학 및 개강인 3월에 사람이 부족해서 힘들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41살의 남자가 패스트푸드에 지원해서 채용되긴 어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크루를(M사에서는 알바를 크루라고 함) 연령, 성별과 관계없이 채용을 하지만, 채용하는 매니저가 대체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여성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연령대가 높은 사람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인근의 매장은 두 곳인데, 주로 공고가 자주 올라오는 매장에 지원했습니다. 공고가 자주 오는 곳은 비교적 업무 강도가 높아서 이직률이 높아서 알바를 구할 때는 피해야 하는 곳이지만, 채용을 간절히 바라는 입장에서는 공고가 자주 올라오는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채용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고, 면접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월요일 17시 반에 오라는 연락이었기에 목요일 연차라 목요일은 언제든지 시간이 된다고 답장을 했습니다. 일요일 오후 15시 반으로 면접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아내가 채용하는 입장에서 부점장까지 했다는 이력을 이야기하면 부담스러워서 채용을 안 할 수 있으니 알바 이력만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저도 아내 말에 동감을 했습니다.


 면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5분 일찍 도착했습니다. 매장은 잠시 바빠진 상태였고, 기다리다가 15시 반에 면접을 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부점장이 채용 매니저였고, 잠시 기다리라고 해서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10분 정도 적막의 시간만이 흘렀습니다.


 바쁜 것을 정리하고 채용 매니저가 왔습니다. 예상대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 매니저였습니다. 면접이 지연된 것은 당연한 것처럼 예의 상 하는 사과의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저도 바쁜 매장에서 일했었기에 바빠서 약속이 지연된 것은 이해하지만, 면접의 결과가 벌써 예상되었습니다.


 자신을 소개하고, 언제부터 일할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보건증도 준비되었고, 채용 즉시 근무 가능하다고 답을 했습니다. 매니저는 2015년에 근무했으면, 바뀐 것이 많아서 재교육이 필요한데, 주말에는 바빠서 평일에 교육해야 하는데 직장인이라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거절의 멘트를 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근무도 시켜보지 않고 조건만 고려해서 채용할 생각이 없으면, 애초에 면접을 보질 말아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오기가 생겼습니다. 주말 지원이고, 평일에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지원할 때부터 적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평일 언제 진행되나요?”

 “평일 8시~11시에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음 주에는 오후 근무라 11시에 연장 없이 보내주시면 가능합니다.”

 “점장님 오리엔테이션도 있어서 일정 맞추시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점장님 오리엔테이션은 미리 일정 알려주시면 연차 사용하겠습니다.”

 “3월 중순에 채용이 필요한 거라 점장님과 상의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알바부터 부점장까지 해서 올스테이션 근무 가능하고, 10년 동안 신메뉴가 거의 없었고, 기본메뉴는 전 세계 공통 레시피라 변화가 없었습니다. 포지션도 모두 가능하고, M사는 분업화되어 있어 초보도 할 수 있도록 쉬운 포지션도 있습니다. 교육 없이 투입해도 재적응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래도 교육을 하겠다고 해서 일정을 맞추겠다고 했지만, 명백히 채용 의사가 없었습니다.

 

 채용 권한이 있는 부점장이 채용결정을 하고, 인력 관리를 하는데, 점장님과 상의가 필요하다고 거절을 하다니 농락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면접 보는 입장에서 힘이 있나요?  집으로 돌아서며 알바 공고 사이트에 인근 알바 공고 알람을 오도록 변경했습니다.


 좋았던 기억으로 지원했는데, 불편한 기억이 되어 아쉽습니다. 하지만 선택은 저도 할 수 있습니다. 주말 알바는 다시 알아보면 되거든요.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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