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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저항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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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생

최재홍 가천대학교 스타트업 칼리지 교수


“최교수, 죽은 물고기만이 물에 떠내려가는 거야. 모든 물고기는 물을 거슬러서 헤엄친다고”라고 점심을 먹는 와중에 선배가 한마디 한다. 너무도 놀라웠다. 최근에 인공지능 때문에 고민하던 나에게 벼락 때리는 듯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현상을 몰랐을까. 어떠한 물고기도 물이 흐르는 곳으로 내려가지 않고, 물결을 거슬러 움직이고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평범한 현상에 이런 의미가 있는지를 이제야 알았다.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과거에 비해 너무도 빠르고 끝인가 싶으면 더 빠르게 끝을 모르고 발전하고 있다. 폭주 기관차처럼 보인다. 미디어는 연일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며 인류의 구원자처럼 묘사한다. 효율 증대, 질병 치료, 환경 문제 해결 등, AI는 모든 난제를 해결할 열쇠로 포장된다. 마치 인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황금 열쇠가 있는데 그곳에 AI라고 각인된 마스터 키 같다. 매일매일 가름하기 힘든 많은 데이터를 갈아 넣고, 상상초월의 속도개선과 정확성, 그리고 저비용으로 얼마나 큰 효율을 내며 방금 전 개발된 AI 도구보다 비교 불가의 성능을 자랑한다. AI의 LLM을 개발하고 알고리듬을 개선하고 원천 데이터를 통해 양질의 소스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의 자랑이 하늘을 찌른다. 결국 “세상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그렇게 되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곳에 세계 모든 개발자들이 합류하여 AI를 통해 비즈니스(AI for Business)를 만들어내는 시대로 더욱 증폭된다. 2030년에는 AI로 만들어지는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들의 콘텐츠가 90%가 넘을 것이라는 기관 보고서에 동의한다. AI는 인간의 식량문제와 기후,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나 서비스의 가짜까지도 자신이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사통팔달, 만병통치임에는 틀림없는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인류의 폭발적인 성장에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우리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심히 우려가 되기 때문에 고민이 된다.


AI는 인간의 사고와 판단을 잠식하고 있다. AI 알고리듬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할지 결정한다. 뉴스 추천, 쇼핑 제안, 심지어 정치적 의견까지 AI가 제시하는 틀 안에 갇히기 쉽다. 이는 결국 인간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퇴화시키고, 사회를 획일적인 방향으로 이끌 위험을 내포한다. AI가 제공하는 편리함에 취해 우리는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적 시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된다. AI가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하면 AI의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공포심이다. AI의 광속 발전이 남기고 있는 것은 사회의 깊어진 균열과 소외당한 사람들의 좌절감이다. AI의 모든 곳에 양극화, 극단이 있다. 그래서 어떤 영역이든 승자와 패자를 만든다. 더구나 완벽하지 않은 AI가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된 차별적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설명 불가능한 '블랙박스' 속에서 인간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AI에 관한 많은 부작용들, 잘못된 평가, 대출 거절, 감시시스템의 오류 등 불합리하게 처벌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의 낙관론에 취해 이러한 위험 신호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AI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흐름에 맹목적으로 편승할 것이 아니라, 경계하고 저항해야 한다. AI가 가져올 혜택을 환영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성 상실의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AI 기술의 공정한 분배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인간의 일자리를 보호하며,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로 남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이유 없이 생떼이라도 피우듯 이렇게 AI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마치 물고기가 물을 거슬러야만이 성장하고 나아가듯이 AI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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