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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화토크

남자가 사랑할 때

황정민의 눈빛이 모든걸 말해준다

by 세비지

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 없다고 한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주인공 태일(황정민)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그 말이 사실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는 거칠고 투박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연약해진다. 그의 사랑은 세련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지만, 태일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절실한지, 황정민의 열연을 통해 숭고함마저 느낀다.


그의 명대사로 시작해보자.

"사랑해, 씻-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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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이야기, 그러나 진심이 닿을 때

영화의 줄거리는 익숙하다. 평생을 양아치처럼 살아온 남자가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 그녀를 위해 변하려 하지만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비극적 결말을 맞는 이야기. 흔한 신파적 서사이지만, <남자가 사랑할 때>는 그 안에서 진심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는 여러 장치를 통해 감정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태일이 빚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만나게 된 호정(한혜진)은 처음에는 그를 경계하며 점심조차 먹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이 열리면서 함께 식사를 하고, 태일은 자신의 만두를 그녀의 국에 올려놓는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들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출이다.


또한, 태일이 호정의 아버지에게 만화책을 읽어주는 장면과 후반부에 호정이 휠체어에 탄 태일에게 만화책을 읽어주는 장면은 두 사람의 관계 변화와 감정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사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들여다보면 많은 사랑에 대해 다룬다. 가족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사랑) 등 가장 주된 주제는 영화 제목<남자가 사랑할 때>에 걸맞는 호정과의 사랑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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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형태

이 영화는 연인 간의 사랑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가족애와 우정도 녹아 있다. 태일과 형(곽도원)의 애증 어린 관계, 친구들과의 유대감, 그리고 마지막까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태일의 선택은 단순한 멜로드라마 이상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내가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가족과의 서사다. 집안을 호령하던 아버지가 치매에 걸리고 노쇠해진 모습과 어떻게든 책임지려고 노력하는 형제들, 돈과 생활에 존재하는 어려움, 부조리한 손님의 행동에 미영(김혜은)은 괜찮다고 하지만, 영일(곽도원)은 불같이 싸우는 모습 그리고 이걸 본 태일은 묻지도 않고 달려드는 모습 등

집안에선 다투고 갈등이 존재하지만 밖에선 든든하게 나의 편이 되주는 사람들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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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힘, 그리고 황정민의 눈빛

<남자가 사랑할 때>가 전형적인 신파적 구조를 띠고 있음에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이지 않을까. 특히 황정민의 연기는 영화의 감정을 견인하는 핵심 요소였다. 그의 눈빛, 거친 말투 속에서도 묻어나는 괴랄한 다정함, 상대를 향한 온전한 집중은 태일이라는 인물을 더욱 입체적이고 인간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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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 사랑을 실감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눈빛이 나에게만 집중된 순간

상대방의 선택이 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때

나에게 어필하기 위한 것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한 상대방의 사소한 배려가 느껴질 때

태일의 사랑이 숭고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일의 사랑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숭고한 차원으로 승화된다. 그는 삶의 끝자락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려놓으며 사랑의 본질을 관객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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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신파를 넘어선 사랑의 진정성

<남자가 사랑할 때>는 복잡한 플롯을 지닌 영화가 아니다. 철저히 태일이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그의 감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신파적 요소가 있지만, 그것이 억지스럽거나 감정적으로 과잉되지 않는 이유는 태일이라는 인물이 지닌 진정성 덕분이다.

사랑은 결국, 끝까지 붙잡고 있는 사람의 것이다. 태일이 보여준 사랑의 방식이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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