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는 콘텐츠는 나는 모르지만 알고리즘은 안다
몇 달전,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작가의 댓글에 이런 글이 달려 있던걸 본 적이 있다.
"작가님, 스레드 시작해보시는 것 어때요?"
그리고 그 작가님은 그 댓글에 이러한 답글을 달았다.
"스레드는 뭔가 시작이 어렵더라구요.. 무섭다고 해야하나"
이 대화가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브런치와 스레드의 성향이 많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산출물을 내면서 가장 큰 고민은 '전파'였다.
최근 브런치 외에 스레드를 시작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나의 고민은 두 가지였다:
1. 좋은 컨텐츠, 즉 좋은 글을 기획하고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고 싶었고, 그러면 사람들에게 닿게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2. 또한 좋은 글이라는 기준이 주관성이 강해 모호하기에 검증을 하며 기준을 세우고 싶었다.
콘텐츠의 전파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1. 노출 (Exposure)
사람들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환경에 놓는 단계
주요 전략: 해시태그, 키워드 최적화(SEO), 플랫폼 메인 노출, 크로스 포스팅
2. 관심 유발 (Engagement Hook)
사용자가 클릭하고, 머물도록 유도하는 단계
주요 전략: 눈길을 끄는 제목, 썸네일, 첫 문장에서 호기심 자극
3. 소비 (Consumption)
사람들이 콘텐츠를 실제로 읽고 시청하는 단계
주요 전략: 짧고 간결한 문장, 시각적 요소, 스토리텔링
4. 공유 (Amplification)
독자가 콘텐츠를 퍼뜨리는 단계
주요 전략: 감정적 공감 유도, 실용적 정보 제공, 공유 버튼 최적화
5. 정착 (Retention & Loyalty)
독자가 계속 내 콘텐츠를 찾도록 만드는 단계
주요 전략: 구독 유도, 시리즈화, 커뮤니티 소통
6. 재순환 (Recirculation)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는 단계
주요 전략: 콘텐츠 재가공 (글 → 스레드 → 영상)
채널마다 선호하는 콘텐츠의 형태는 다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글은 어디서든 통한다. 실제로 브런치에서 메인에 올랐거나, 다른 곳에서 알고리즘 수혜를 받은 글을 스레드와 유튜브에 재가공해 올렸을 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즉, 컨텐츠 자체가 좋으면 채널이 어디던지 먹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채널별로 특성이 다르니 구조는 다른 전략을 취했다. 하기는 브런치와 스레드의 구조 차이를 다뤄보았다.
브런치: 서사 중심, 대화에서 출발하는 흐름
스레드: 결론 중심, 정보 중심으로 깔끔하게
해당글은 브런치 메인에 일주일정도 노출되며 높은 조회수와 좋아요를 받았다.
https://brunch.co.kr/@savazy/23
예시1-1) 브런치 인트로
이상하게 끌리는 사람들
이상하게 눈길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사람이 있다. 외모가 뛰어나거나 다정하다거나 그런 것과는 별개로, 그 사람 자체에 매료되는 경우가 있다. 어제 친구와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가 공통적으로 내린 결론은 '자기 것이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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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1-2) 스레드 인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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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의견: 이상하게 끌리는 사람들 이라는 어휘에서 사람들이 많이 공감을 했었던 것 같다. 사랑이란 이상형을 다 뚫고 그 사람이 귀여워보인다더니,. 구조적으로도 기승전결이 깔끔하게 이루어지며 브런치나 스레드나 구독전환율이 비교적 높게 이루어졌다.
해당글은 다음에 예상하기로 3일정도 노출되며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글이다.
(https://brunch.co.kr/@savazy/40)
예시2-1) 브런치 인트로
한때 빈티지 캠코더에 빠져 친구들을 만나는 날이면 내내 소니 SR46을 들고다니며 친구들을 찍었다.
(2008년에 출시되었으니 거의 20년된 구형모델이다)
이 당시 친구들과 페스티벌을 같이 간적이 있다.
이때도 페스티벌을 구경한다기보다 혼자 열심히 친구들을 찍었고,
친구들끼리 얘기하는 와중에도 혼자 찍은 동영상을 돌려보며 낄낄 거리며 웃고있었다.
그러자 한 동생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가 왜 쳐다보냐고 물어보자
하는 말이, "언니,. 왜 이렇게 귀엽죠?" 였다.
참고로 나는 귀여움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오히려 '기계같다(?)'라는 말을 많이 들을정도로 무뚝뚝한 편이다.
얼굴도 귀염상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차가워보인다', '말걸기 무섭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니까.
그런데 이 친구는 (심지어 동생이다.) 언니인 나에게 왜 귀엽다는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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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2-2) 스레드 인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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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의견 : 해당글은 브런치에서도 본문의 의도는 좋았지만, 구조 자체가 마음에 안들었다. 역시나 짧게 노출되었고, 아마도 제목 때문에 수혜를 받은 것 같다. 다만 스레드에서는 구조를 바꾸니 좋아요를 받고 있다. 하지만 스레드에서 답글로 구구절절한 사연, 경험이 보이면서 팔로우 전환은 비교적 느리게 이루어지고 있다.
스레드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지속적 노출'이었다. 브런치와 달리 스레드는 유튜브처럼 알고리즘을 통해 시간이 지나도 계속 글이 타겟층에 전달된다. 실제로 2일 전에 작성한 글이 오늘까지 좋아요와 팔로우를 유도하는 것을 보며 그 효과를 체감했다.
브런치는 작가적인 성향이 강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글을 자주 읽는 사람들에겐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또, 작가들 또한 작품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좋은 작품도 사람들에게 알려질때야 말로 진정으로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건 나의 출신적인 맥락일 수도 있겠다.)
브런치의 노출 경로는 두 가지다.
검색 노출: 누군가가 직접 찾아야만 노출된다. SEO와 키워드 최적화가 필요하다.
플랫폼 메인 노출: 브런치 메인, 다음 메인, 안드로이드 퀵박스 등에서 알고리즘에 의해 수동적으로 노출된다. 플랫폼 유저 수 자체가 한정적이다.
또 내가 브런치를 하며 힘들었다고 느낀점은, 구독전환이 너무 힘들다.
생각보다 브런치를 하는 사람들이 없다보며 글이 1회 소모성으로 끝나는 것이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채널을 확장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브런치에서 인기있었던 글을 토대로 스레드 테스트를 하며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개인적으로 브런치 3달간 발행하며 구독자 35명,
스레드 3일차 팔로워 20명이니 시장자체가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 추가로 글감에 대한 테스트도 스레드가 좀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좋은 콘텐츠는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각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포장'이 필요하다. 브런치에서는 차분한 서사로, 스레드에서는 명확한 인사이트로 독자를 사로잡는 식이다. 이런 전략적 재가공을 통해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에서 각기 다른 독자층과 만나며 그 가치가 배가된다.
이는 단순한 크로스 포스팅을 넘어선다. 각 플랫폼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변주'를 통해 콘텐츠의 생명력이 연장되고, 더 넓은 독자층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미 검증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기에 리스크는 최소화되고 효율은 극대화된다.
결국 이는 '콘텐츠 자산의 효율적 운용'이라고 볼 수 있다. 하나의 인사이트로 여러 채널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콘텐츠 전략이 아닐까..? 라고 조심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