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즘 핫한 쇼셜링, 모임장을 하게되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은 내 손에서

by 세비지

지난 일주일간, 나를 괴롭혔던 것은 바로 '모임 기획'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주제를 고민하면서 시장성까지 고려해야 했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모임장 소개부터 시작해, 상세 기획과 커리큘럼까지 구체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모임장 소개는 개인적으로 매우 하기 싫고, 어려웠다. 오글거리기도 했고 상품이 아닌 나를 파는 것, 나 자체가 상품이 된다는 퍼스널 브랜딩의 기초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회사의 브랜딩과 퍼스널 브랜딩은 비슷하면서 미묘하게 다르다. 퍼스널 브랜딩은 좀 더 직접적인 연결이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 기획은 책임이 분산되지만, 개인 기획은 온전히 본인의 책임으로 이루어진다.


이미 기획은 다 짜져있기 때문에 형식에 맞게 포맷 변환만 하면 되는데 알 수 없는 압박감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에 미룰때까지 미루다가 마감일 직전에 마치게 되었다.


1. 상위기획

브랜딩

사실 브랜딩은 그 사람만의 고유한 맛을 볼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면서 다른 사람을 공감할 수 있는 포용력과 그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는 것. 그것은 그 사람만의 의견, 취향, 취미, 말투, 태도, 습관 등에서 우리는 찾을 수 있다.


만약 포용력 없이 '나'만 강하다면 사회에서 튕겨져 나갈 뿐이고, 반대로 '나'가 너무 약하다면 그저 밋밋한 사람이 될 뿐이다. 브랜드 또한 동일하다. 끝없이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특별한 브랜드는 만들어진다.


시장 조사, Needs VS Wants

시장 조사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얼마나 사람들이 해당 주제에 관심있어 하는가. 이 주제를 필요(Needs)로 하는가 아니면 원하는 가(Wants).


필요로 하는 것은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목적만 달성하면 어느것이든 상관없는 생필품과 비슷하다. 휴지라던가, 칫솔이라던가 하는 것들말이다. 이 사이에서도 브랜드들은 끊임없이 본인만의 세계관 또는 제품력으로 브랜딩을 하긴하지만 사실 가격이 합리적이라면 언제든지 대체될 가능성이 있는 상품군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은 다르다. 이는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해주기에 절대 대체될 수 없다. 예를들면 샤넬 가방과 같이 필요는 없지만 내가 저 가방을 매는 모습, 그것으로 내가 원하는 이상향적인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그런 어쩌면 판타지를 파는 걸 수도 있겠다. 가방 자체는 필수품이 될 수 있지만 브랜딩이 되면 wants가 된다. 그 세계를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임 상품주제

나는 '자아'를 주제로 잡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였기도 하고, 가치상실시대라고 일컬어지는 현대사회에 메세지를 던지고 싶기도 하였다. 내가 '자아'로부터 바라본 시장은 wants였다. 나를 알아가고자 하는 열망과 직업, 소득, 학벌과 같은 줄세울 수 있는 기준과 관계없이 나 자체를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욕망은 MBTI의 시대때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2 자아 중심적 트렌드 분석

1. 자기 발견과 자아 실현의 트렌드 강화

가. 자기 중심적 가치관 확산: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6.4%가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따라, 자기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 이는 개인의 행복과 정체성을 찾는 활동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 MBTI와 같은 성향 분석의 인기:
최근 몇 년간 MBTI 검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이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시사한다. 이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람들이 자기 탐색 과정에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 ‘자아-나를 찾는 모임’은 이러한 자기 발견의 흐름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2. 필요(Needs)에서 욕망(Wants)으로의 전환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필요(Needs)와 욕망(Wants)을 구분한다. 자아 발견은 생필품처럼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정체성을 찾고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은 욕망(Wants)을 충족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소비자가 돈과 시간을 기꺼이 투자하는 영역이다.

Needs: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요소

Wants: 개인의 감정적 만족과 이상을 충족하는 요소

실제로, 49.7%는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돈을 조금 더 버는 것보다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 ‘나를 찾는 모임’은 이러한 심리적 욕구를 충족하는 모임으로, 단순한 필요를 넘어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선택하고 싶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3. 소비 패턴 변화와 시장 수요 증가

가. 개인화된 경험 선호
현대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제품과 서비스 제공보다 개인화된 경험을 중시한다. 이는 경험 중심의 소비(Experience Economy)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나를 찾는 모임’은 참여자의 성향과 관심사에 맞춘 맞춤형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제공해 개인화된 성장의 경험을 제공한다.


나. 정신적 웰빙과 내면적 만족 추구
최근 몇 년간 웰빙과 마인드풀니스와 관련된 시장은 급성장했다. 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외적 성취에서 내적 만족과 정신적 건강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 ‘나를 찾는 모임’은 개인이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돌보며, 삶의 방향성을 찾는 과정을 통해 정신적 웰빙을 증진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2020 나와 타인에 대한 관심도 및 평판 관련 조사 | 트랜드모니터
① '나'에 대한 관심 증가
66.4%: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10~20대가 가장 두드러지며, 자기 시간과 비용 투자 증가.
소비자 63%: 좋아하는 대상에 돈 쓰는 것에 거리낌 없음.

② '타인'에 대한 관심 감소
2013년 65.1% → 2020년 55.7%
예외적으로 10대는 친구 관계와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음.
가족과 한국 사회에 대한 관심은 유지, 코로나 영향으로 강화.

③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압박
54.1%: 평소 타인의 시선을 의식.
78.2%: "한국 사회는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0대와 20대는 결정 시 사회적 시선을 더 많이 고려.

https://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1998&code=0401&trendType=CKOREA
스크린샷 2025-02-25 18.07.57.png
스크린샷 2025-02-25 17.58.18.png



또, 관련 동영상들의 조회수와 댓글들을 보며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전현무가 노홍철이 부러운 이유
image (1).png
image (2).png



2. 상세기획

하위 기획은 뼈대만 제공해주면 플랫폼쪽에서 다 만들어주기 때문에 뼈대만 잡았다.


2.1 모임장 소개

삶과 나를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길을 걸어온 프로 경험러입니다. 해외영업, 전략, 브랜드 매니저, 타투이스트, 개발자를 거쳐 지금은 IT업계에서 PM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깊이 파고드는 성격이라, 일상에서도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인문학, AI, 패션, 글쓰기, 디자인 등 관심 분야는 넓지만, 그 중심은 늘 ‘나를 찾는 과정’이 었습니다.


->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으며, 여정을 어떻게 걸어왔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자아'에 대한 모임장이라면 '나'를 실험주체로 삼으며 어느정도 도전과 역경을 통해 이 여정을 얼마나 즐겼는지에 대해 설득하기 위해서 였다.


2.2 모임 상세 소개

가. 기획의도

우리는 매일 바쁘게 살아갑니다.

일, 인간관계, 책임감 속에서 정작 '나'를 잃어버린 채 흘러가는 삶을 살고 있진 않나?

우린 무엇을 위해 바쁘게, 열심히 살아갈까?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공허하고 외로울까?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재미있어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고 내 멋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법!

BEST ONE이 아닌 ONLY ONE이 되는 법! 찾기


나. 추천대상

늘 바쁘지만 정작 내 마음을 돌아볼 시간이 없는 사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찾고 싶은 사람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

일상의 쉼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


2.3 모임구성

모임명 : 어쩌다 어른 - 삶과 나를 탐구하는 사람들의 열린 실험

모임명은 유튜브 썸네일과 같이 첫인상을 좌우한다. CTR을 결정짓기도 하고, 그 모임의 분위기같은 브랜딩이라 해야할까, 소비자의 터치감에 한몫하기에 몇번의 수정을 거쳤는지 모른다.

예를들면 처음 모임명은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잃어버린 나 찾기>는 부정적인 어감이라 <어쩌다 어른 - 삶과 나를 탐구하는 사람들의 열린 실험>으로 변경하였다.


주차 구성

1주차에서는 '현재의 나'를 탐색하고

2주차에서는 '미래의 나'를 상상해 보며

3주차에서는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행복'의 기준을 정립하고

4주차에서는 '나'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탐구한다


이렇게 주차별 목적을 세웠다는 것은 책으로 비유하자면 목차가 나왔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제 목차에 따라 살을 붙이면 된다. 주차별 주제에 맞는 나를 알아보기 위한 질문들과 활동을 구성하고, 관련 컨텐츠를 세웠다.


커리큘럼

1주차 : 현재, 내가 보는 나

10분 주제 소개
아이스브레이킹: 직업이 아닌 내용으로 '나’라는 키워드 3개로 자기소개
ㄴ자기소개를 한 후, 서로의 첫인상 함께 나누기

활동
활동1: 마인드맵으로 그리는 '현재의 나' (성격, 취향, 가치관, 취미 등)
활동2: '내가 선택한 순간들' 타임라인 그리기

함께 나눌 이야기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취미, 성격 등 공유하기
나 자신을 위해 해본 마지막 선택은 무엇인가요? 미쳤던 영향
내가 남들에게 자주 보이는 모습과, 혼자 있을 때의 모습은?
내가 저절로 몰입하게 되는 일, 열정을 발휘했던 순간과 시들어진 순간

추천 컨텐츠
https://www.youtube.com/watch?v=6FI0CV7M-W8 https://www.youtube.com/watch?v=7vqnazqmceQ


2주차 : 미래, 내가 바라는 나

10분 주제 소개
아이스브레이킹: 미래의 원하는 나로써 자기 소개

함께 나눌 이야기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내 삶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루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직업적 측면과 나의 행동양식(가치관)
만약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것은?
토론주제: 불확실한 미래,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가치 기반 목표 설정)

활동
비전 보드 만들기
ㄴ원하는 미래의 모습(직업, 관계, 라이프스타일 등)을 상징하는 이미지, 단어, 문구 등을 오려 붙이며 시각화

추천 컨텐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 영화


3주차 : 행복에 대해

10분 주제 소개
아이스 브레이킹 : 오늘 오면서 즐거웠던 순간은?

함께 나눌 이야기
행복이란? 각자의 정의
최근에 나를 가장 행복하게 했던 순간은?
토론주제 : 즐거움과 행복의 차이는?

활동
행복 지도 만들기
큰 종이에 자신의 행복 요소(사람, 경험, 활동 등)를 그림이나 단어로 표현
ㄴ행복지도 공유 & 나만의 행복 패턴 발견하기

추천 컨텐츠
버트런드 러셀 - 행복의 정복
https://www.youtube.com/watch?v=36m1o-tM05g
https://www.youtube.com/watch?v=y9Trdafp83U


4주차 : 관계, 나와 세상을 연결하기

10분 주제 소개
아이스브레이킹 : '내가 최근에 고마웠던 사람' 공유하기

함께 나눌 이야기
매력적인 사람 특징, 나는 매력적일까?
나와 잘 맞는 사람 특징, 왜 잘 맞을까?
경청과 표현에 대하여

활동
상대방의 마인드맵 그리기
1주차에 했던 내가 만든 마인드맵과 비교
우리는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세상과 연결될 수 있을까?

추천 컨텐츠
https://www.youtube.com/watch?v=iCvmsMzlF7o
데일카네기 - 인간관계론

커리큘럼도 주차별 이름도 간단한 이름에서 좀더 구체적이고 전 주차의 리듬감을 맞추며 하나의 커리큘럼 처럼 보이게 했다.

1주차. 현재의 나 -> 현재, 내가 보는 나

2주차. 미래의 나 -> 미래, 내가 바라는 나

3주차. 행복에 대해 -> 행복, 나의 파라다이스

4주차. 관계에 대해 -> 관계, 나와 세상을 연결하기


또한 주차별 질문과 추천 콘텐츠도 솎아내는 작업이 있었다.

특히 추천 콘텐츠가 매우 어려웠는데, 사실 난 영화나 책, 영상을 자주 보지 않는다. 완벽한 경험주의로 일단 나가서 배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억을 더듬어가며 겨우겨우 주제에 맞추어 콘텐츠를 끼워넣고 빼는 작업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예를들면, 2주차엔 도서'안티프레질(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4주차엔 도서'두번째산(데이비드브룩스)'가 들어갔으나 이 두 책 모두 쉽지 않은 책이라 과감하게 뺐다. 그러고 2주차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만 남게 되었고 4주차에는 <두번째산> 대신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넣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최종안으로 제출한 기획서인데, 아마 플랫폼에서 확인 후 또 몇 번의 수정을 할 수도있다. 역시 최종의 최종, 그리고 최최최종과 같이 상품을 만지는데는 끝이 없다.


소감

처음으로 모임을 기획해봤다.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았다. 역시 쉬운 건 없구나... 라고 느꼈다.

상위기획부터 하위기획까지 다 나의 손을 거쳐야 했다. 나는 플랫폼에서 장소나 활동비 같은 것을 제공해주고 인원도 플랫폼에서 인터뷰를 통해 받는 환경이었기에 그나마 수월했다. 만약 이러한 도움 없이 홀로 한다면 스스로 적절한 장소를 물색하고, 날짜에 맞게 장소도 섭외해야 하며, 모임 참가 인원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도 기획해야 한다. 이뿐일까?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사전 인터뷰도 받아야 한다. 여러모로 손이 안 가는 게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획 과정에서 브랜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건 결국 자신의 진정성을 잘 표현하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임을 배웠다. '자아'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구체적인 활동과 대화로 풀어내는 과정은 나 자신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커리큘럼을 구성하면서 매 주차마다 어떤 흐름으로 사람들을 이끌어갈지, 어떤 질문과 활동으로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지 고민하는 시간들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값진 경험이었다. 특히 참가자들의 다양한 배경과 생각을 고려하면서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내용을 구성하려고 애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이제 실제 모임이 시작되면 또 다른 도전이.. 다른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짜 상품은 시장에 나왔을때 시작이니까..

그렇게 피드백을 받으며 점차 정교하게 보완되길 바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