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인데, 어제 만난 것처럼
7년 만에 연락이 왔다.
(나는 이태원 토박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뜬금없이 이태원으로 시작한다.)
7년만에 온 연락이 이태원 진짜 오랜만이라는 말은, 나보고 나오란 소리가 아닌가?
그렇게 그날의 쌀국수 엔딩이 시작됐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내가 제일 먼저 꺼낸 말은 이거였다.
“와— 너 살 왜 이렇게 쪘냐?”
(논외지만, 실제로 14kg 쪘다고 한다.)
우리는 그 말 한 마디 후, 아무 가타부타 없이 바로 클럽으로 들어갔다.
밥을 먹었다가 다시 클럽에 갔다가, 새벽엔 쌀국수로 마무리.
그게 우리의 7년 만의 회동이었다.
신기하게도, 서로의 리듬을 기억하고 있었다.
보자마자 던진 말에도 웃고,
클럽에서 같이 춤을 추고,
갑자기 예전 얘기를 꺼내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
10년전의 별명을 부를때마다 그때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오히려 잊고 있던 기억들이 하나씩 튀어나왔다.
'얘 사람 눈도 못쳐다봤다고' 옆의 친구에게 말했을때, 순간 멈칫했다.
이걸 기억한다고? 그런 사소한 습관까지?
(지금도 나는 사람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 말 걸까 봐. - I특)
생각해보니 10년 전, 우리는 필리핀에서 정말 친한 친구였다.
내 첫 타투도 함께 했고,
친구가 레게머리 한다고 설쳤을땐 같이 가주기도 했다.
그렇게 가까웠던 사람을 나는 무심하게 잊고 있었고, 어느새 7년이 흘러 있었다.
서양화를 전공해 디자인을 했던 친구는 말레이시아에서 장사를 했었고,
이제는 요식업을 하며 다음 달엔 스페인, 10월엔 이탈리아로 간단다.
나는 해외영업을 목표로 어학연수, 미국 인턴십, 여러 커리어를 돌고 돌아 지금은 요식업을 하고 있다.
친구는 양식, 나는 중식.
친구는 자신이 일하는 호텔에 들어오라며 장난을 쳤다.
그렇게 10년전 서로에게 말한 목표와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만났다.
그렇게 인생이란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하며
밤 12시 부터 새벽 5시까지 2끼를 먹었고.
(정확히 말하면, 그 친구가 나에게 먹였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술은 더 많이 먹었다.
밥과 술을 같이 먹는 시간만큼 잊혀진 시간을 금방 회복시키는 게 또 있을까?
오랜만에 나를 떠올리고 연락해준 게 고마웠고,
친구는 불렀더니 그냥 나와준 게 고맙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다음날 출근인데도 새벽 5시까지 술을 마셨나 보다.
그렇게 해가 뜰때 들어와,
나는 출근을 한다.
ssibal.
아직도 입에서 술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