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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가게들,

'나중에'라는 이름의 무관심

by 세비지

동네에 새로운 카페가 생긴 것은 6개월 전이었다. 이탈리안 스타일의 에스프레소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독특한 카페였다. SNS 매거진에서도 여러 번 소개된 곳이라 지도에 저장해두었지만, 결국 6개월이 지나도록 방문하지 못했다. 카페는 집에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기에, 늘 "가야지, 가야지"라고 마음속으로만 되뇌었다.


어느 퇴근길, 그 카페의 간판은 없었고, 내부 기물들이 조용히 밖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채 그 카페의 폐업을 목격하게 되었다. 무심하게 지나친 풍경이었지만, 묘하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내가 너무 늦게 행동했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최근 자영업 폐업률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루에 수백 개의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게는 예외일 것이라고 믿으며 큰 결심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의 끝은, 가게 앞에 덩그러니 놓인 커피 머신과 냉장고, 그리고 먼지가 쌓인 두꺼운 비닐로 덮여 있는 모습이었다. 간판 자국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자리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닫힌다.


어릴 적 매일 아침 준비물을 사러 갔던 문방구도 이제는 문을 열지 않고, 겨울마다 찾아갔던 붕어빵 할머니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나는 종종 너무나 느려서, 사라진 것들 앞에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날의 카페처럼, '나중에 가야지', '나중에 뵈어야지'라고 미뤄왔던 많은 것들이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어쩌면 내가 늦은 것이 아니라,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는 애초에 그 카페에 갈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나중에'라는 말로 포장된 무관심이 문제였을까?


돌이켜보면 '나중에 가야지'라는 목록이 참 길다. 동네 서점, 골목 끝의 국밥집, 부모님의 집 등.

매번 지나치면서 "언젠가는"이라고 생각했던 작은 가게들과, 그보다 더 소중한 것들까지. 친구와의 약속, 가족과의 시간, 미뤄둔 안부 인사들.


결국 나는 그 모든 '나중'을 지나쳐버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텅 빈 카페 자리를 지날 때마다 그 미안함이 발끝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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