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차 마시는 건축사로 떠올린다. 차 마시는 사람인 나는 주변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까? 굳이 영향력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걸 알고 싶으면 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차를 좋아하는지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동호회 활동 등으로 공유하는 일이 있는 사이라면 아주 친하게 지낸다고 할 수 있다. 부부나 부모자식 사이에도 함께 도모하는 일이 있는 건 가족 관계에서도 중요하다. 지금은 혈연관계라는 것만으로 행복한 삶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가족은 물론이고 내 주변 사람들과 보이차를 공유하며 지내고 있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다우라는 인간관계는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다우는 부부나 부모자식이라는 의례적인 관계를 벗으로 지내게 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친구나 선후배라 하더라도 다우로 지내게 되면 허물없이 만나게 되는 벗이 된다.
보이차는 녹차나 홍차 등 다른 차류와 달리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마시는 일상의 차다. 비유를 하자면 밥 같은 차라고 할 수 있어서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을 가리거나 집이나 직장 등 장소를 따지지 않고 편하게 마신다. 그래서 보이차를 마시는 사이로 다우는 격을 따지지 않는다.
찻자리에 앉으면 누군가 팽주를 맡게 된다. 팽주는 찻자리를 주도하는 위치인데 윗자리인가 아랫자리인가는 팽주의 인품에 달려 있다. 아버지가 팽주를 맡아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차를 우릴 수 있다. 반대로 아들이 팽주가 되어 가르침을 내릴 수도 있는 자리이다.
온 가족이 함께 차를 마시는 가정은 생각만 떠올려도 대화가 넘치는 집이라 여겨진다.
이 집에는 밥 먹고 차 한 잔, 주말이나 휴일이면 간식을 먹으며 차 한 잔 자리가 자연스레 펼쳐질 것이다.
차 생활은 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하니 차와 함께 하는 삶은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