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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리터러시

<SW중심사회> 2025.11

by 이호준

리터러시란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사물의 이면을 읽어내는 힘이다. 과거에는 문해력이 지식의 출발점이었지만 이제는 미디어와 디지털, 정보의 흐름 속에서 세상을 읽는 능력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기술이 학습의 주체가 되고 판단을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게 된다. 인공지능(AI)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 스마트폰의 음성비서와 자동화된 추천 알고리즘, 생각을 흉내 내는 생성형 AI까지 인간의 선택과 결정은 점점 계산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편리함은 커졌지만 그만큼 인간의 역할은 가벼워지고, 일의 자리와 사고의 무게중심이 흔들린다. 젊은 세대에게 AI는 종종 일자리와 직업을 위협하는 치열한 경쟁의 상대로 다가오고, 노년층에게는 새로운 배움과 두 번째 인생을 열어주는 동반자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세대를 나누는 구분선만으로는 이 변화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각 세대가 AI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어떻게 자기 삶에 녹여내느냐다. AI를 환호나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성찰과 적극적인 수용으로 인간적인 방향으로 길들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년층에게 AI 리터러시는 오랜 경험과 통찰을 토대로 삶의 질을 높이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통로가 되어 줄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북돋아 진로를 탐색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결국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사유와 감정을 잃지 않는 법을 터득하는 일이다. 기술은 인간의 머리와 손에서 태어나지만 인간다움은 마음에서 자란다. 그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리터러시는 그 둘을 이어주는 다리이자 방향을 찾아주는 나침반이다.


#사진: 고등학교 미술실, 독일 포츠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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