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걷는 생각들> (12)
새집을 계약하고 이사하고 등기를 마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해야 했다. 부동산 중개인과 이사업체 직원, 법무사, 계약 상대자, 그리고 새로운 이웃들까지. 누구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고 일정과 절차도 맞춰야 했다. 모든 과정이 피곤했고 때로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성격이 급한 편이라 자칫 짜증을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음부터 원칙을 세웠다. 어떤 상황에서도 먼저 예의를 지키고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하자는 것. 일이 잘 풀리면 “고맙습니다” 일을 마친 뒤엔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말을 잊지 않기로 했다. 단순한 말 한마디지만 그것이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을 막아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친절이 능사는 아니다. 상대가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굳이 친절을 유지하거나 참을 필요는 없다. 계속 반응이 엇갈리면 단호하게 시비를 가려야 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드물었다. 대체로 사람은 친절한 태도에 쉽게 마음을 연다. 경험상 그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나는 성인이 된 아들에게 더는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통화할 때마다 한 가지를 강조한다. 사람 대할 때 항상 친절하라는 말. 아들도 똑같이 존중받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속셈이 담긴 친절은 오래가지 못한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은 금세 들통나기 마련이다. 진심이 담긴 태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고,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이번 일을 겪으며, 작은 친절 하나가 갈등을 줄이고 일상을 훨씬 편안하게 만든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