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걷는 생각들> (6)
사진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예술처럼 보인다. 좋은 카메라 한 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발을 들여놓고 나면 생각보다 발전이 더디다고 느끼게 된다. 처음엔 모든 것이 선명하고 쉬워 보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무지 잡히지 않는 예술이 된다. 카메라 가방을 열기 싫어지고 셔터를 눌러도 예전 같은 울림이 느껴지지 않는 텅 빈 기분이 된다. 사진 강의를 듣고 관련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다. 지인들과 함께 출사지를 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도 처음엔 설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피로감이 스며든다. 모두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비슷한 사진을 남긴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문득 ‘나는 왜 이걸 찍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진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 ‘자기다움’을 찾는 일은 막막하고 어렵다. 그래서 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그 시기를 잘 넘기려면 욕심을 버리고 즐기는 마음을 찾아야 한다. 사진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다. 남보다 잘 찍으려는 마음이 아니라 내가 찍는 순간의 감정을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사진의 슬럼프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즐거움의 결핍에서 비롯된다고 말할 수 있다. 즐거움을 되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주말 새벽 도시의 골목을 걷거나 한 달에 한 번 온전한 출사를 떠나는 일, 혹은 집 근처 공원의 계절 변화를 기록하는 습관만으로도 충분하다. 가능하면 혼자 걷고 혼자 바라보며 혼자 찍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천천히 관찰하다 보면 잊고 있던 감각이 되살아난다. 사진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결국 나만의 즐거움을 지켜내는 일이다. 꾸준히 찍을 수 있는 리듬과 방식이 생기면 사진은 다시 일상의 일부가 된다. 사진이 다시 나를 즐겁게 만드는 그 순간, 비로소 당신의 진짜 사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