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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원고 청탁

아동문학 문예지 발간

by 제스혜영

이상배 편집자님께 이메일이 왔다.

아동문학 문예지 계간 <동화향기동시향기> 겨울호에 실릴 '창작동화' 부탁이었다. 최근 기사청탁은 들어왔어도 동화 원고 청탁은 처음이었다.

종이 책 보다 스크린이 더 익숙한 요즘 어린이 문학 문예지가 있다니.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웠다. 책 판매도 어려운데 문예지 판매는 괜찮을까? 일단 조건과 재정을 떠나서 아이들에게 풍성한 이야기를 전해주고픈 편집자님의 마음이 느껴지니 무조건 '예스'로 대답했다.


때마침 러시아에서 온 친구와 부모님들의 학교 픽업이 계속 늦어지면서 학교에 남게 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 남편도 어렸을 적 부모님이 일을 하시다 보니 다섯 살 많은 누나가 학교 픽업을 했었단다. 누나가 친구들과 놀다 보면 종종 픽업이 늦어졌고 마지막으로 학교에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 배고픔 보다 더 싫었던 그 시절. 남편은 소스라치며 그때를 떠오르곤 했다. 나도 내 아들의 학교 픽업이 늦어져서 아들의 입이 댓 발이나 나왔던 때가 기억난다. 그럴 만도 하지. 텅 빈 교실이나 운동장에서 혼자 남는다는 게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이번 동화에서 부모의 학교 픽업이 늦어지면서 학교에서 혼자 남게 된 슬하의 이야기를 썼다. 그런 슬하에게 낯선 할아버지가 나타났고 1년 후 슬하의 생일날, 그 할아버지의 정체가 드러난다. 짧은 단편동화라 더 길게 얘기하진 않으련다.


<동화향기동시향기> 겨울호로 예정되었던 문예지는 창작매체의 지원 문제로 2025년 <봄호>로 바꿔졌다. 다행히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창작주체 매체 발간> 사업에 선정되면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선정과정이 위의 한 문장처럼 쉬었다면 좋았으련만 1차, 2차의 심사를 거쳐 여러 어려움이 있었음을 편집자님의 이메일에서 엿볼 수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오직 사명감으로 고군분투했습니다.
다행히 창작 열의를 북돋을 수 있는 지원을 받게 되어 다행입니다.
앞으로 더욱 개성 있고, 좋은 작품을 엄선하여 수록하고
읽고 보고 싶은 매력 있는 문예지를 만들 것입니다.
<이상배 '동화향기동시향기'편집자>

드디어 따끈따끈한 잡지가 발간되었다. 수록된 동화를 하나하나 읽어가는데 이 책을 내려놓지 못했다. 어쩜 이렇게 따뜻하고 보석 같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니. 짧고 찐하게 전달되는 모든 글들이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편집자님의 '노고와 동화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며 열렬히 응원하련다.

Screen Shot 2025-02-17 at 16.13.11.png 2025 동화향기동시향기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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