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두레PD의 역할
관광두레는 지속가능 관광을 실현하기 위한 지역공동체기반 관광(Community-based tourism: CBT)의 국내 대표 관광정책이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발전 관점에서 현재 관광두레는 관광객과 지역주민의 관계를 주체와 객체(혹은 주변인)의 관계에서 지역주민을 지역관광생태계의 핵심 이해관계자로 전환시킴으로써 관계성을 재정의 하였다. 또한 취약계층(여성, 이주민 등)의 사회 참여 확대 및 역량강화를 통한 불평등 완화, 공동체 가치를 바탕으로 한 지역관광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기여하고 있다. 2017년부터 관광두레 연구를 진행해온 결과, 관광두레사업의 핵심 이해관계자는 지역주민과 관광두레PD이며, 이들은 단순히 관광 창업을 통해 지역관광에 다양성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이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주민이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를 설립하기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내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며, 이를 기반으로 지역에 혁신성을 부여하고, 개인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관광두레는 지역 관광의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관광두레가 지속가능 관광 실현은 물론 사회혁신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관광두레2.0 도약을 위해서는 관광두레PD의 현재 역할을 진단하고, 앞으로 관광두레 사업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관광두레PD의 역할을 재정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관광두레 사업에 대한 2.0버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본 세미나의 주제는 [관광두레2.0] 확산을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하지만 관광두레2.0 “확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관광두레가 양적 확산이 아닌 질적 강화와 지역관광의 혁신과 지역사회의 혁신을 견인할 수 있는 지속가능 관광 모델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관광두레2.0의 비전은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지역관광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는 것으로 공동체성과 지역성, 지속가능성을 그 목표로 하고 있어 관광두레 사업의 본질을 잘 담고 있다. 여기서 지속가능한 관광생태계를 비단 지역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국한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타 관광관련 정부사업과 확실한 차별성을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관광두레사업의 지향점은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사회혁신형 관광정책으로 전환되는 것이 필요하다.
관광두레2.0비전 실현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핵심관계자인 관광두레PD의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관광두레PD의 역할은 지역자원 발굴, 지역주민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간의 커뮤니케이터 역할, 지역주민 역량 강화, 주민사업체 육성 및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라는 주어진 역할 이외에 사업 운영에 있어 현장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은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간의 신뢰 형성, 갈등 관리, 카운슬러, 멘토, 조력자, 공공과 주민간의 연결자 등의 역할이었다.
지역의 지속가능 관광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자발적, 적극적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지역주민이 핵심 이해관계자로서 지역 관광의 긍정적 영향을 최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역공동체기반 관광(CBT) 실현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역주민이 관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는 많은 제약요인이 있으며 이러한 제약요인을 제거하여 지역주민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이 CBT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첫 단추의 역할을 관광두레PD가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관광두레가 지속가능성과 지역공동체가 핵심 키워드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관광공사로 이관된 이후의 관광두레사업은 그 본질을 벗어나 소상공인 창업 지원 사업에 지나지 않은 형태로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관광두레PD의 역할 또한 창업컨설턴트 내지는 사업 주관기관과 지역주민사업체 사이에서 행정업무를 대리하거나 두 주체의 연결자 역할 정도로 치부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관광두레PD는 지역 전문가이자 관광전문가로서 지속가능 관광을 위한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발굴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여 지역 내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지역 내 지속가능한 CBT를 만들어가는 혁신 주체가 되어야 한다.
첫 번째 발제자는 관광두레PD를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중간지원자(조직)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주민사업체의 창업 및 육성을 보조하는 서포터의 역할이 아니라 전문가로서 중앙정부-지자체-지역주민간의 간극을 채우고, 지역관광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여 지역관광을 혁신시킬 수 있는 매개자/조절자로서의 역할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관광두레2.0이 사회혁신차원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라며, 지역 내 연결자(connector)/매개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광두레PD가 중간지원조직으로 제도화되고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현재의 구조는 지역 주민사업체의 발굴 및 육성에 있어 관광두레PD 한명이 전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관광두레PD 개인의 역량에 따라 지역공동체 형성 및 관광 비즈니스 사업의 성패도 달라지며, 관광두레PD의 안정성의 확보 문제와 전문성을 강화하는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따라서 중앙통제형이 아닌 지역 내에 관광 중간지원조직을 마련하여 지역 현장에 맞춤형 연결자(중간지원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대학이나 전문기관, 지자체의 역할 부족으로 진정한 주민주도의 지역혁신과 관광혁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중간지원조직 체계 마련에 있어 주민역량강화 교육이나 컨설팅을 관광두레PD와 중앙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역대학이나 연구소 등 지역 내 전문가 집단과의 연결을 통해 지역주민이 스스로 문제해결이나 지속가능한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발제자는 관광두레PD를 ‘지역관광을 이루는 점들을 찾고 선을 이으면서 면을 만들어 가는 지역관광 혁신가’라고 정의하였다. 관광두레PD는 지역관광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혁신시키는 주체이지만 그것 이상으로 지역관광 혁신가를 발굴하고 키워나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관광두레PD의 전문성과 혁신성을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의 역량을 키워내고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지역주민을 지역 내 체인지 메이커로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역에는 한사람의 혁신가가 아니라 다수의 혁신적인 시민이 함께 공동의 노력을 확산해 나가는 것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지속가능한 CBT 모델을 만들기 위한 관광두레사업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관광두레 사업이 지금의 주민사업체 창업 지원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것을 관광두레PD 육성과 주민사업체 육성을 양축으로 하는 사업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결국 지속가능한 지역관광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혁신적이고 전문적인 사람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을 키우는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약하자면, 두 발제자가 제안한 것처럼 첫째, 관광두레PD의 역할을 지역 및 관광 전문가이며 중간지원자임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관광두레PD가 지역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갈 수 있도록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관광두레PD의 안정적 활동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여 그 위상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관광두레사업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므로 관광두레PD의 역할 또한 지역의 관광발전단계, 지역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되고 달라질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관광두레PD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내 관광분야 사회혁신사례를 만들고 광역으로, 전국으로 확산시킴으로써 관광두레사업의 가치를 확대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관광두레사업이 본 취지에 맞게 ‘지속가능성’, ‘공동체성’을 이어나가고 지속가능한 지역 관광을 위한 사회혁신형 정책으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2년 주민사업체 협력사업 성과공유회 및 관광두레 2.0 세미나 토론문>
- 2022년 3월 18일
- 주관·주최: 관광두레, 한국관광공사,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