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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이후, 컨설턴트는 여전히 필요한가]

인간의 인사이트와 AI의 응답 사이에서

by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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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이 중요했던 시기를 돌아보면, 아이러니하게도 AI의 초기 상업적 성공을 가장 먼저 체감한 쪽은 다름 아닌 맥킨지 같은 최상위 경영 자산 컨설팅 회사들이었다. 오픈AI가 무료로 GPT를 배포하면서 본인들은 역대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들은 사내 역사상 최고 수준의 수익과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시점인가. 분명 초기와는 완전히 다른 시대가 왔다. AI를 가장 먼저 접목했던 시기에는 대중의 이해도가 낮았기에, 그것을 대신 정리하고 해석해주는 컨설팅의 가치가 매우 부각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AI에 접근할 수 있고, 그 응답의 정교함 또한 높아지면서 ‘컨설팅’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 보이기도 한다.


원래 컨설팅의 기본 개념이란, 인간이 가진 인사이트를 얼마나 정리하고 구조화할 수 있느냐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리 자체를 AI가 더 능숙하게 해낸다. 그렇게 되면 과연 우리가 여전히 ‘컨설팅’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실제로 대형 로펌이나 컨설팅 회사들도 AI 기능을 소분화하거나, 자사에서 만들었던 AI 시스템을 솔루션처럼 판매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일하던 인력은 대거 퇴사했다.


AI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사람들이 스스로 질문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변화는 기존 컨설팅이 주고받던 대화 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실제 심리 컨설팅의 핵심은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주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데 AI는 단순히 들어주는 것을 넘어서, 적절한 호응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인간은 더 이상 컨설팅 구조 안에서 수동적으로 조언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AI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석할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하고 있다. 컨설팅이 인간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어쩌면 가장 유능한 컨설턴트는 지금 우리의 손 안에 있으며, ‘컨설팅’이라는 말 자체가 머지않아 새로운 단어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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