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주고 또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줬어도 또 주고 싶고 주고도 아깝지 않고 그런 대상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밖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 우리 아이들이 생각나곤 한다. 너무 맛있으면 그곳엘 가족들과 함께 다시 찾아가거나 원재료를 구입해서 만들어 주곤 한다. 진정으로 사랑하면 줘도 받아도 서로 부담을 느끼지 않은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그러다가 간혹 어느 한쪽에서 생각지도 않는데 필요 이상으로 뭔가를 계속 주면 주는 분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지만 받는 이는 부담을 느끼게 되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상대가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행동은 삼가야 된다고 본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상대가 과하게 뭔가를 주면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할 시점에서까지 받은 것에 대한 답례를 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분명히 선을 넘는 줄 알면서 선을 넘는 행동까지 하게 된다. 주는 사람의 의도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받은 사람은 어느새 노예가 되어버린다.
사마천이 '백금으로는 형벌을 면하고, 천금으로는 죽음을 면하고, 만금으로는 세상을 얻는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돈의 위력인지 예찬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황금만능시대는 현대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닌듯하다.
먼 나라 얘기만이 아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한 말이 생각난다. 본인이 관리하는 곳을 사용한 사람이 차라도 한잔 주면 문단속이며 청소를 부실하게 했어도 바로잡는 말을 선 듯 못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청렴하고 공정해야 된다는 말은 사회적 슬로건에 불과한 게 아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늘 함께해야 할 덕목이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마치 변화의 시기였었다. 우리 아이들 바로 직전 선배들의 학부모들은 자녀가 학생회 활동을 하려고 하면 말리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는 많이 개선이 되어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뜻을 행동으로 펼칠 수 있었다. 청렴이라는 새로운 공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주는 좋은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주고받는 좋은 미풍양속이 퇴색되어 이제는 범죄시 되는 경우에까지 이르렀다. 좋은 마음으로 사랑의 표현으로 뭔가를 줘도 감사하다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게 아니라 불편함이 먼저 엄습해 온다. 세상에는 워낙 예측불허의 다양한 사례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경계하게 된다.
불편함을 쫓아내기 위해서 절대 사절하고 혹여 무언가를 받았다면 받은 것 이상의 마음을 담아 갚아주는 행동을 하게 된다. 순수하게 서로 위하고 아껴주며 좋은 걸 보면 주고 싶고 또 그 마음을 한껏 감사하게 받아서 깊은 정을 쌓고 그러기엔 묘한 상태의 사회가 되어있다.
청렴이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갖게 하는 걸 보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소소한 서민의 삶 속에서까지 서로를 경계하며 삭막하게 변해가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또 고품격을 요하는 아주 섬세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자신의 절제력 뭐 그런 것까지 장착하고 살아가야 한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정을 쌓을 수 있는 관계 유지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그 선을 지키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상대를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배려'라는 중요한 덕목이다. 상대가 불편한데 뭔가를 자꾸 주는 건 아니라고 본다는 것이다. 위하는 마음으로 좋아서 사양하는 내게 뭔가를 자꾸 주려고 하는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난다. "관계는 일방적일 수 없다. 상대적인 것이다."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주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도 느껴졌다는 답인 듯하여 은은한 미소가 입가에 번졌다.
사람의 감정은 아주 섬세하여 눈빛 표정 추임새 등 다양한 언어를 알아차린다. 공정함을 잃게 하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선물은 이미 선물이 아니다. 상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한다면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서로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동은 삼가야 된다고 본다. 항상 서로의 선을 지켜주는 존경심이 좋은 관계를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