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희곡 다시 읽기
* 이 작품은 계명대 김종환 교수가 번역한 지만지드라마 출판본으로 읽었다.
작품의 배경은 이탈리아의 메시나이다. 메시나는 “시칠리아 섬의 동북부에 있는 항구도시로 지중해 해상 교통의 요지였다.” 이 지역은 그리스 신화에도 나오는 지역일만큼 고대 부터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다. 오뒷세우스가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도중 거쳤던 곳 중의 하나도 바로 이 메시나 해협이었다. 이탈리아 본토와 시칠리아 섬 사이에 위치한 좁은 해협으로 물살이 아주 거센 지역이라 선원들에게 두려운 장소였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 물살을 의인화해서 해협의 양쪽에 스퀼라와 카리브디스라는 두 괴물이 살면서 그 사이를 통과하는 선원들을 잡아먹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물살이 거세지만 해상교통의 지름길이었다. 그러니 지정학적인 위치만 봐도 지중해를 무대로 교역을 하던 당시의 강대국들에게 시칠리아는 무역의 거점으로 서로 차지하고 싶을 만큼 이만저만 욕심나는 곳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메시나는 아라곤 왕국이 정복을 하여 그것을 축하를 하기 위해 아라곤의 왕자 돈 페드로가 이복동생인 돈 존을 데리고 메시나를 방문해 있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등장인물로는 아라곤의 왕자 돈 페드로와 동생 돈 존, 피렌체의 젊은 영주 클라우디오, 파도바의 젊은 영주 베네딕, 그리고 메시나의 총독 레오나토와 그의 딸 히어로와 질녀 베아트리체가 주된 인물이다.
클라우디오는 히어로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져있다.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는 전혀 결혼에 관심이 없는 청춘남녀로 서로 만나면 앙숙이 만난듯 서로 퉁망스러운 말을 주고 받으며 화려한 말장난을 보여 준다. 아라곤 왕자 돈 페드로는 총독의 딸 히어로와 클라우디오의 결혼을 엮어주려고 앞서 돕고 있고, 베네딕과 베아트레체는 만나면 투닥거리지만 서로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주변 사람들이 공모하여 그들을 맺어주려 한다.
사랑의 화살이 제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 일이 원만하게만 진행되면 좋으련만 한 악당이 훼방을 놓는다. 아라곤 왕자 돈 페드로의 이복동생 돈 존의 성정이 간교하고 악하다. 이유없이 히어로와 클라우디오의 관계를 깨려고 한다. 순결한 히어로를 음탕한 여인으로 오해하도록 형 돈 페드로와 클라우디오를 속여 결혼식 당일 결혼을 파토나게 한다. 그러나 돈 존이 꾸민 간계를 심부름한 하인들이 자기들이 한 짓을 밤에 떠들게 되고, 그것을 들은 야경꾼들이 메시나의 보안관에게 알림으로써 돈 존의 악행이 드러난다. 히어로의 순결함이 밝혀지고, 깨진 일들이 다시 수습이 되며 히어로와 클라우디오는 결혼을 하게 되고, 서로 앙숙 같던 베네딕과 베아트리체도 사랑으로 맺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당시 관객들은 주인공 히어로와 클라우디오 커플 보나 만나면 앙숙처럼 투닥거리는 베네딕과 베아트리체의 화려한 말잔치에 훨씬 더 폭소를 터트리며 극을 보았을 듯하다.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아주 재미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읽다 보면 플롯이 거의 비슷 비슷하다. 사랑하는 두 남녀가 있고, 그 관계가 잘 발전해 가고 있는데, 갑자기 중간에 훼방꾼이 나타나 관계가 틀어지는 듯하다가 마지막에는 그것을 방해하는 악당이 누구인 밝혀지면서 일이 원만하게 해결이 된다는 스토리 라인이다. 요즘의 연애 드라마의 플롯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작품 ⟪헛소동⟫은 앞에 읽은 ⟪베로나의 두 신사⟫에 비하면 개연성과 완성도가 훨씬 낫다. 대사도 새겨 볼 대목들이 여러 군데 있다. 그러나 돈 존이 왜 악행을 저지르는지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하다. 우울함을 풀 하나의 재미거리로 둘 관계를 훼방하려 하기 때문이다. 서자가 가진 울분, 또는 이 관계 안에서 어디에 위치하기도 애매한 그의 처지에 대한 자격지심인지 모르겠으나 그냥 해코지를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을 번역한 김종환 교수의 해설을 읽어보니 “이 작품의 등장인물인 아라곤 영주 돈 페드로의 이복동생 돈 존은 아라곤 왕가의 서자로 1458년 시칠리아의 통치자가 되었다고 추정되는 인물이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존 인물을 셰익스피어가 비틀어서 인물 묘사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 정치가와 부유한 상인들 집안 자재들의 결혼 이야기 만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 없는 모양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작품을 읽다보면 요즘의 청춘 드라마와 정략 결혼에 얽힌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헐리웃 스타들의 사생활 가쉽거리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사진 출처 : en.wikipedi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