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은 나에게 그리움의 음식이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에서 공부했고 직장에 다녔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부대꼈다. 그럴 때마다 부산이라는 공간과 친구들이 그리워 자주 어묵을 사먹었다. 어묵은 맛있을 뿐 아니라 저렴했고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주로 하숙집 근처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오뎅탕을 사먹었다. 따뜻한 어묵으로 허기를 채우며 그리움을 달랬다.
부산 어묵과 부산 생탁
어린 시절에 어묵은 즉석으로 튀겨서 먹었던 것 같다. 엄마가 시장에서 넓적한 사각 어묵을 비닐 봉지에 담아서 오시면 동생과 나는 따뜻한 어묵을 손에 들고 허겁지겁 먹었다.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도 그 맛과 향이 생생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어묵은 다양한 맛과 모습으로 출시되었다. 새우, 오징어, 치즈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고 어묵으로 국수 면발을 만들었다. 이제 어묵은 간편한 간식이자 훌륭한 요리 재료가 되었다.
서울역 미도어묵
부산에는 큰 어묵 회사들이 많다. 전국에서 유명하고공항에도 기차역에도 매장이 있다. 최근에 출장을 갔는데 아침 일찍부터 서울역 매장에 줄서서 어묵을 사먹는 사람들로 붐볐다. 나도 서울 사람들 사이에서 부산 어묵을 먹었다. 어묵이 서울의 한복판에서 누리는 인기에 새삼 놀랐고 어묵은 더이상 부산만의 음식이 아니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미도어묵을 좋아한다. 재료 본연의 맛과 입맛 당기게 약간 짠맛의 절묘한 조화가 좋다. 부산의 어르신 대부분이 미도의 단골이고 나도 단골 중 하나다. 그래서 부산 어묵의 대표는 미도라고 생각한다.
어묵은 간식이자 요리 재료이다
언젠가부터 부산은 인구소멸지역이 되었다. 사망률이 출산율을 앞질렀다. 저출산은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제2의 도시라는 위상이 무색하게 부산에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 부산의 조선소들은 구조조정을 거듭했다. 와이케이스틸 같은 멀쩡한 향토 기업을 내쫓고 아파트를 지었다. 부산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서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다. 다른 지역에서 일하며 부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그들은 무엇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