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만경강은 구세대와 신세대 간의 자리 습득을 위한 경쟁에서 벗어나 생존 능력을 키우는 협력의 시기다. 구세력은 거름이 되고 신세대는 그 자양분 위에 싹을 틔운다. 6월로 다가서면 금계국이 끼어들어 노란 수를 놓는다. 치열한 삶의 흔적이 있는 둔치에 도착하는 마음과 떠나는 마음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자연은 혁신을 이끄는 요소가 경쟁이 아닌 상호 이해와 협력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1년 유네스코로부터 익산시는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았다. 시는 지난 5월 시 전체예산의 11.4%에 해당하는 1,830억 원을 안전과 보호, 교육환경, 보건과 복지, 가정생활, 놀이와 문화, 참여와 존중 등 6개 분야에 집행한다고 2024년도 아동 친화 예산서를 발간했다. 이렇게 치밀하고 꼼꼼하게 세운 계획을 멀리서 보면 매끄럽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온갖 틈이 보인다. 2025년 6월 상위단계 인증이 목표다.
육아의 목적은 윤리학에서, 육아의 방법은 심리학에서 도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나라다. 1960년대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2024년 4월 33,492달러다. 베이비붐세대(1955~1963)는 세계 최빈국 나라 국민으로 훈육 받았고, 그들의 자녀인 밀레니엄 세대(1980~1994)는 선진국 국민으로서 아이를 키운다. 현실적인 이해관계는 여기서 출발한다. 가보지 않은 길에서 나타나는 시행착오가 일어난다. 젊은 부부는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을 벌어오는 사람과 집안일 하는 사람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사람, 이렇게 3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육아는 출산의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에 걸쳐 이루어진다. 아인슈타인은 “잃을 것이 거의 없는 나이 든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라고 했다. 세상이 빨라진 만큼 파급의 범위는 넓어진다. 아이가 있어 우리가 존재한다. 성장의 시기, 과정, 방법 등을 심리적 측면에서 지원해야 한다. 오류를 발견하면 초면인 것처럼 처음부터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세대 간의 거리가 멀수록 가슴 한가운데서 따뜻하게 해주는 흔적이 필요하다. 반려견 부모를 자처하는 사람은 늘고 사람의 부모는 줄고 있다.
외국 문화를 따라잡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우리 문화가 세계인의 즐거움이 되었다. 초심을 잃지 않은 사람만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다. 유사 현실이나 비윤리적인 사고에 빠져들지 않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예방주사를 놓아야 한다. 갈릴레오는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하여 달 그림 한 장을 그렸다. 그의 그림은 지구중심설(천동설)을 흔들어 놨다. 단발성 정책이 아닌 혁신을 이끄는 요소, 목표에 대한 단서를 처음부터 다시 수집해야 했다.
혁신은 처음에는 그 가치를 알지 못한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말까지도 "팔리지도 않고 비싼 HBM에 너무 집착한다."라고 비난받았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사업성이 없다며 2019년 HBM 개발팀을 해체하는 등 현실에 안주했다. 2024년 들어 SK하이닉스는 재평가받고,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팀을 재구성했다. 연초 대비 SK하이닉스의 5월 주가 수익률은 40%를 넘어섰고, 삼성전자는 5% 이상 하락했다.
자연 생태계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먼저 간자는 뒤에 오는 사람의 밑거름이 되는 게 생태순환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뒤에 오는 사람들이 디딜 디딤돌을 치우며 막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자연 생태계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서 배려와 공존의 질서가 있다. 자연스럽게 환경에 따라 새 생명이 잉태되기도 하고 시효 지난 생명은 없어지기도 한다. 기업도 내부에 좋은 생태계만 만들어지면 미래에 대비한 아이디어와 연구가 자연계에서 새순 돋듯이 나올 수 있다. 나온 싹을 보호하고 키워내는 게 투자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은 누구도 속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세기의 난제다. 지난 것을 복기하면서 아는 것과 놓친 것을 생각하는 순간, 같은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전과 다른 세계에서 살아갈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공간, 이전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경험하고 깨져봐야 나만의 생존법이 생긴다. 4차 산업혁명이 현실화한 시대다. ‘낳으면 키워준다’가 아닌 키울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서 낳으라고 해야 한다. 아이 키우는 부모는 자녀가 직접 접하여 조작하며 만지고 부딪칠 수 있는 로컬 공원, 아동 테마공원을 찾는다.
2024년 6월 17일 소통신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