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아르바이트하는 카페에서 생각보다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 초등학교 때 학교 엄마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다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방학을 하니 알바를 한다고 하면서 자녀들이 어디서
알바를 하는지 말하게 되었다.
딸이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매장 사장은 아이들 사이에서도 짠돌이 사장이라고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르바이트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얻지 못한 모양이었다.
학교 엄마들은 걱정이 됐는지 나에게 딸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상황을 꼭 물어보고 여차하면
그만두게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은근 걱정이 되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아르바이트하는 곳 사장님이 알바 생들에게는 잘 챙겨주니?”
“그런 게 어딨어 엄마, 그 사장님 알바 생들이 다 별로 안 좋아해, 그나마 내가 좀 대꾸해주고 하니깐
나한테 자꾸 뭐 부탁하고 그래”
“진짜, 너무 힘들면 그냥 하지 않아도 되는데”
“엄마, 내가 알아서 해, 걱정하지 마, 사장님이 막 하면 나도 거기에 맞게 해 드려,
그리고 나 일 잘해서 사장님이 함부로 나한테 하지는 않아”
말을 들어보니 좋은 이미지의 사장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해놓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해놓으니 사장이 딸에게는 함부로 하지 못한다 하니 조금은 안심을 해도 되겠다 싶었다.
알바 시간을 어긴 적도 없고 오히려 대타로 시간을 채워가며 일을 하는 딸을 사장은 더 신뢰했다.
남들 다 하기 싫어하는 매장 마감까지도 하였다.
바쁜 와중에도 매장의 주방을 틈틈이 치우고 위생 관리를 하는 몇 안 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딸은 사장의 몇몇 행동을 본 후, 사장을 들었다 놨다 그야말로 사람을 다룰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한 듯했다.
그리고 알바 생들이 수없이 바뀌는 동안에 2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하게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주유수당을 단 한 번도 챙겨서 알바 비를 정산을 해주지 않았다.
알바생들의 불만의 첫 번째는 주유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장 때문에 따지는 일보다는 그만두는 것을
먼저 선택했던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기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어린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도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그런 말을 하는 것도 귀찮고 사장이 말을 들어주지 않자 포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가 점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해지자 딸도 이런 일들이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딸은 이 상황에 대해서 아빠와 이야기를 나눴고, 이모에게도 상황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이모는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흐릿해지니 아르바이트하는 날에 시간과
대타로 하는 날까지도 다 기록으로 남겨 놓으라고 조언을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딸은 본인의 노트북에 날짜와 시간들을 기록해 놓기 시작했다.
두 개의 매장 메 o커피, 베스 O라빈스 운영하고 있던 사장은 딸에게 베스 O라빈스의 알바도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딱히 안 할 이유가 없었던 딸은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일한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곳에서도 일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힘이 많이 들었다. 꽁꽁 얼은 아이스크림을 떠서 몇 가지를 잘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일을 금방 숙지하고 배우는 딸은 그곳에서도 손 빠르게 일처리 하는
알바 생이 되었다.
매달 31일이 되면 몰려드는 아이스크림은 인터넷주문과 매장 주문으로 알바 생들은 두배로 투입이 되지만
다들 영혼을 탈탈 털리면서 일을 해야 했다.
바쁠 때면 더욱 딸이 필요했던 곳이라 돈도 좋지만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혼자 생각을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팔목이 너무 아파서 도저히 더 이상 이어서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몸을 혹사하며 하는 알바는 아닌 거 같다고 말해 주었고, 사장에게 말해서 메 O커피에서만 하는
것으로 했다. 몇 달 동안 두 군데를 번갈아 가며 일하던 것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딸은 한 곳에 꽂히면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는 것을 나 또한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꽤 오랜 시간을 하다 보니 개인 매장은 어떨까 궁금하다며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에서도 일을 시작했다.
일을 해보며 주먹구구 식으로 하는 사장님과 매번 말을 해주지도 않고 했다고 우기는 사장을 도저히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더 이상 같이 할 수 없다는 것도 경험하게 된다.
프랜차이즈는 본사의 매뉴얼이 있으니 군더더기는 없어 편하다는 것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생각보다 메 O커피는 빠른 속도로 군데군데 매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체인점이 새로 생긴 곳이 많아지자 알바를 다른 매장으로 지원해 보기로 했다.
경력을 인정받으니 바로 알바 생으로 일해주기를 원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사장은 아침에 오픈해 줄 수 있는지를 물어봤고 좀 더 일찍 일어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딸은 흔쾌히 수락했다.
새로 생긴 곳이라 장사가 잘 되어 오픈시간을 30분 당기게 될 때도 사장은 엄청 미안해하며 부탁을 했다.
그럼에도 그 사장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유는 2년이 넘게 일했던 곳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직원을 대하는 태도였다. 간식을 사 와서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사장님도 있구나 했다는 것이다.
두 곳을 요일을 다르게 일을 하면서 대비되는 현실을 보면서 온탕 냉탕 같다고 하면서 먼저 했던 곳에서
2년 넘게 오래 했으니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사장은 주유수당을 줄 생각을 하지도 않고 알바비만을 정산해서 입금이 되었다.
주유수당에 대해 말을 했지만 무시한 것이다.
알바생들의 작은 돈을 착취하는 그 행동이 화가 나며
다시는 알바 생들에게 그렇게 하게 만들면 안 될 거 같다면서 딸은 큰 결심을 한다.
고용노동청에 그동안의 알바 시간의 기록과 받은 금액들을 가지고 부당함을 알렸다.
함께 일했던 아르바이트생 중에는 딸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들도 있었다.
하지만 부당함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고, 딸이 하는 것을 보고 몇몇 이들은 용기를 내서
당연한 권리를 찾아 못 받았던 주유수당을 받았다.
물론 딸도 받았다. 몇 백이나 되는 돈을 받았다.
“아마, 그 사장은 지금쯤 혼쭐나고 있을 거야, 나뿐만 아니라 그동안 돈 떼인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진짜 나쁜 사람인 거 같아 앞으로 알바 생들한테 이렇게 다시는 못하게 하려는 것을 보여 준거야”
“그래 잘했네, 너도 배우는 거야 만약 앞으로 너도 고용인이 되었을 때는 이렇게 하면 안 된 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이니깐 잘 배워서 너는 이렇게까지 하는 사장되지 마 알았지”
딸은 몇 년에 걸쳐 일했던 곳에서 성실하게만 하면 다 되는 줄 알았지만 세상은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호의를 호구로 본다면서 그렇게 세상을 또 하나씩 배워 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