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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녀석들

하교길에 아이들은

by 톡톡홍쌤 홍효정


나는 방과후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방과후 교사다.

학교안에 있는 방과후가 아닌 학교 밖에서 지역아동 방과후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나라에서 어린이집을 졸업후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들의 케어와 돌봄을 위해

그 시대에 필요에 의해 설립되어 만들어진 방과후교실이다. 그래서 어린이집소속의 기관이다.

대상은 초등생을 위한 방과후교실이라 초등학생 1학년에서 6학년까지가 대상이다.

지금은 지역아동센터, 학교 돌봄, 늘봄등이 생겨 분산이 되어있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이곳은 이십년이 넘은 곳이다.

초등6년을 다니고 졸업하는 아이들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니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서도 이곳에 찾아오곤 한다.


또한 여러해 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며 오롯한 우리들만의 기억과 추억으로 그 아이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선생님들과도 오랜시간을 함께한 사이가 되었다.


올해 나는 4학년 아이들과 함께 한다.

3학년 4학년을 함께 공부하며 지내는 시간도 이년이 다 되어가지만 실제로 본 시간은 4년에 가까운 셈이다.

5학년이 되면 크고 또 6학년이 되면 몸도 마음도 커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지 못했던 모습들을 보면서 여유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방과후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참 좋다.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클지 기대되기도 하고 또 아이들을 보면서 배우는 마음도 있어 좋다.




우리 방과후교실은 학교 바로 옆에 있어서 아이들이 걸어오면 십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다.

걸어오는 사이에 있는 식물들은 아이들의 놀이감이 되기도 하고 관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주전 4학년 남자아이들은 나에게 선물이라며 예쁜 하트 나뭇잎을 가져왔다.

지저분하게 묻은것은 물로 닦아서 내 손바닥위에 하나씩 올려주며 선생님을 위한 선물이라며

어쩜 말도 그렇게 예쁘게 하는지 사탕을 줄때보다 더 멋진 멘트와 선물이 아닌가 말이다.


하교길에 예쁘고 털이 보송보송한것들로 골라온 하트잎


"이게 무슨 나뭇잎이니 어쩜 이렇게 이쁘게 하트모양이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선생님, 이거 우리들이 하트나무라고 이름 지었어요"


"어머, 정말 너무 멋지다.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네, 너무 고마워 최고의 선물이다"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이제 하트나무가 색이 조금씩 변할거 같다며 변하기전에 또 골라서

가져왔다고 하며 초록잎을 가져왔다.

잎사귀 솜털이 가슬가슬하니 만져보기까지 하면서 찾아낸 잎사귀는 아이들이 만져보고

그중에 제일 보드라운 것으로 골라왔다고 한다.

담벼락에 옹기종기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이게 좋니 저게 좋니 했을 아이들이 떠올랐다.

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감수성을 지닌 이 아이들이 다 남자아이들이라는것이 더 놀라울 따름이지 않은가

너무도 사랑스럽다.


나도 답례로 일주일 전에 주었던 나뭇잎을 책에 잘 말려진 것도 보여주었다.

"애들아, 이것봐 너희들이 준거 선생님이 이렇게 잘 모아서 말렸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준것이 이거라며 가르키며 좋아했다.



봄과 가을이 되면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학교앞에 있는 근린공원으로 나간다.

그날은 공부를 접고 오롯이 자연을 즐기는 날이다.

숲에서 놀고 과학시간에 나오는 식물에 대해 보여주고 만져보게 한다.

공원에서도 아이들의 행동은 다양하다.

저마다 노는 방법도 여러모양이다.

돌을 줍는 아이, 나뭇잎을 줍는 아이, 신나게 뛰어다니며 땀을 뻘뻘 흘리는 아이들,

사진을 열심히 찍으며 보여주는 아이 등등 각자만의 즐기는 포인트는 다 다르지만

무엇보다 교실 밖에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은 행복해한다.


올 가을에도 아이들과 가을을 만나러 야외로 나갈 계획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감정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멋진 가을날의 햇살과 바람과 풀향기를 담으러

어느날 불현듯 가을의 소리에 이끌리는 데로 나가야겠다.

날이 좋아서 갑자기 나가자고 하면 좋아할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니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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