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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정말 ‘톡’이 맞나요?

카카오톡 숏폼 업데이트와 사용자 경험 역행

by 들여쓰기


요즘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이제 카톡도 지워야 하나…” 최근 단행된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많은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며 하는 말들 중 하나인데요. 이번 카카오톡의 대규모 업데이트는 겉보기에 단순한 UI 변경 같지만, 그 이면에는 메신저의 본질과 사용자 경험을 흔드는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카카오가 왜 이러한 업데이트를 진행하였지, 그리고 어떠한 부분 때문에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는지를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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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은 왜 숏폼에 집착할까?

카카오톡은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보편화된 메신저입니다. 이는 곧 신규 사용자를 대거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며, 플랫폼 입장에서는 광고 수익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은 이미 충분히 성숙했기 때문에, 카카오는 이제 ‘톡’ 외의 다른 요소를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 해답으로 카카오가 주목한 것이 바로 숏폼 콘텐츠입니다. 숏폼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힙니다.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처럼 사용자를 무한 스크롤을 통해 오랫동안 머물도록 유도하는 구조는, 디지털 광고 수익의 핵심 지표인 DAU(일간 활성 사용자 수)와 체류 시간을 모두 끌어올리는 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톡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대화’만 끝나면 떠나버리는 상황을 막고, 앱 안에서 더 오래 머물게 만들 콘텐츠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숏폼을 선택한 것이지요.




신뢰를 위협하다

의외일 수 있지만, 카카오톡은 이미 일부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채팅방을 통한 ‘우회 동영상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유튜브나 틱톡 같은 숏폼 앱은 자녀 보호 기능으로 차단하지만, 연락 수단이라는 이유로 카카오톡은 차단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카카오는 바로 이 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카카오톡 안에 숏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배치하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카카오톡 안에서 동영상을 소비하도록 유도한 것이죠. 그리고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이번 업데이트 이후 앱 설정에서 사용자가 숏폼 콘텐츠를 직접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숏폼 콘텐츠를 막으려면 가족관계증명서와 신청서를 고객센터에 제출해야 하고, 이를 매년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사실상 일반 사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이는 사용자에게 ‘통제권이 없다’는 무력감을 안겨줍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구조는 사용자 경험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많은 부모가 “차라리 카카오톡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선택을 하게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아이들은 다시 문자나 전화 같은 기본적인 통신 수단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지요. 이는 카카오가 숏폼 도입을 통해 얻고자 했던 ‘체류 시간 증가’와 ‘광고 수익 극대화’라는 핵심 목표를 정면으로 뒤흔드는 역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을 것입니다.




업데이트가 놓친 것: '메신저 본질'

이번 카카오톡 UI 개편에서 가장 큰 논란을 불러온 부분은 바로 ‘친구 목록’ 탭의 제거와 새로 생긴 ‘지금’ 메뉴의 사용성입니다. 기존 카카오톡은 “친구목록 → 채팅목록”이라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구조가 사라졌습니다. 특히 오픈채팅과 숏폼 콘텐츠가 같은 탭 안에 묶이는 구조는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 사용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첫째, 오픈채팅을 이용하는 사용자는 오픈채팅방에 들어가기 위해 기존보다 한 번 더 클릭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습니다. 단순했던 접근 경로가 복잡해지면서 사용성이 떨어진 것이죠.

둘째, 오픈채팅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번은 숏폼 콘텐츠 화면을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사용자 의지와 무관하게 숏폼 노출을 강제하는 구조로, 서비스 이용 흐름을 불필요하게 왜곡시킵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 중심의 UX 설계보다 ‘숏폼 노출 극대화’라는 KPI 달성에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숏폼이라는 기능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의 선택권과 통제권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체류 시간을 늘리려 했다는 점입니다.


Frame 1422235510 (1).png 이미지 출처: 유튜브 Steve Jobs - The Lost Interview (11 May 2012) 중


스티브 잡스는 예전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기업의 매출을 늘리는 사람들은 사업팀과 마케팅팀입니다. 결국 그들이 회사를 운영하게 되고,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결정에서 배제됩니다. 그러면 회사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잊어버리게 됩니다. ”

지금 카카오의 기획 방향은 마치 스티브 잡스가 말한 경고를 다시금 되새기게 합니다. 카카오톡이 왜 사랑받았는지를 돌아보지 않은 채, 숏폼에 대한 집착과 지표 중심 운영으로 사용자 경험을 훼손시키고 있는 것이죠.




진짜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배려’의 부재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단순히 UI가 바뀌었다거나 숏폼 기능이 추가된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왜 이렇게 바뀐 거지?”, “오픈채팅은 어디로 간 거야?”, “숏폼이 왜 여기에 있어?” 사용자들이 당황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결정이 왜 내려졌는지 그 배경을 궁금해하고, 나름의 이유를 추측하며 점점 더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사람들은 변화 그 자체보다 ‘배려받지 못했다’는 감정에서 훨씬 더 큰 불만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곧 ‘실망’으로 이어지고, 그 실망은 결국 서비스를 떠나는 선택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아마도 “숏폼 클릭률이 올랐다”, “광고 노출이 늘었다”는 수치를 근거로 이번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데이터로는 결코 측정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용자와의 감정적 유대감, 그리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입니다. 한 번 실망한 사용자는 쉽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너진 신뢰는 어떤 지표로도 채워지지 않겠지요.




카카오톡, ‘톡’이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려야 할 때

카카오톡은 왜 카카오톡이어야 할까요? 이번 업데이트는 이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숏폼 콘텐츠는 기능적으로 추가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처럼 메신저 본연의 구조를 무너뜨리면서까지 강조해야 했을까요? 카카오톡은 단순한 앱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매일 사용하는 생활 플랫폼이고, 카카오의 브랜드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기 수익과 체류 시간만을 위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갉아먹는 일입니다. 지금 카카오에게 필요한 건 ‘기능 추가’가 아니라, 서비스의 존재 이유를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카카오톡은 본래 ‘가볍고 빠르게 대화할 수 있는 도구’였습니다. 지금은 그 ‘톡’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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