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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싱의 시대

로이 리와 피비 게이츠가 말하는 새로운 성공 전략

by 들여쓰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좋은 제품”과 “뛰어난 기술”이 제품 성공의 가장 큰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그 공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준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그 새로운 기준은 “내 제품이 얼마나 뛰어난가”가 아닌 “내 제품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가”입니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이 입소문이 나길 기다리거나 뛰어난 기술을 비용을 써서 널리 알려야만 성공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단 10초짜리 영상 하나만으로도 수천만 명에게 우리 제품을 빠르게 알리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눈에 띄는 인터뷰와 제품 성공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가 제품을 만들 때 어떤 전략적 관점을 가져가면 좋을 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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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기회는 ‘AI’가 아니라 ‘숏폼 콘텐츠’다

로이 리는 개발자 면접용 치팅 AI 프로그램을 만들어 아마존과 메타 인턴에 합격했고, 그 과정을 유튜브에 공개해 논란 끝에 다니던 대학에서 정학까지 당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사건을 오히려 바이럴의 기회로 바꾸었고, 이를 계기로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약 1600억 원 규모의 회사를 설립한 한국인 창업자가 되었습니다. 그가 최근 인터뷰에서 남긴 말은 이 시대를 정확히 꿰뚫고 있습니다. “지금 IT 업계 사람들은 AI가 우리 생애 최고의 기회라고 말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리 생애 최고의 기회는 ‘숏폼 콘텐츠’입니다.” 조금 과장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로이는 숏폼 콘텐츠를 “무자본 레버리지의 끝판왕”이라고 표현합니다. 과거에는 수백만 명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막대한 광고비와 미디어 파워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단 10초짜리 영상으로도 수천만 명에게 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성공한 AI 스타트업들의 성장 비결을 뜯어보면 진짜 성장 엔진은 기술이 아니라 숏폼 콘텐츠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향 평준화되고 있고, 이제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누가 더 많은 사람의 눈과 귀를 사로잡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즉, 숏폼 콘텐츠는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닙니다. 관심이라는 자원을 확보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그 무기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거대한 자본도,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도 필요 없습니다. 제품의 성장, 브랜드의 확장, 개인의 영향력까지 — 모든 것이 숏폼을 통해 가속화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Harvard Dropout: “Hard Work Is Dead!” Use AI to CHEAT And Get Rich | Roy Lee의 인터뷰

https://youtu.be/xaBvCpkjkYw?si=gDWQIAbLY4WPOJ7m




제품보다 중요한 것, ‘나라는 브랜드’

이 변화는 단순히 마케팅 채널이 달라졌다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로이 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품보다 먼저 팔아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지금의 소비자는 기능이나 가격보다 ‘누가 만들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미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만든 제품이라면 완벽하지 않아도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대입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남들이 좋다고 하니 나도 좋아야 할 것 같다’는 심리와도 연결됩니다. 신뢰받는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면, 그가 만든 제품은 그 자체로 신뢰를 얻습니다. 결국 브랜드화된 개인이 새로운 시대의 경쟁력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로이 리가 말한 이 철학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빌 게이츠의 막내딸, 피비 게이츠(Phoebe Gates)가 만든 쇼핑앱 Phia입니다.




“빌 게이츠 딸이라 가능했겠지?”

2025년 5월, 피비 게이츠는 쇼핑앱 Phia를 출시했습니다. 출시 두 달 만에 iOS 앱스토어 2위, 4개월 만에 43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150개 이상의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빌 게이츠의 딸이니까 가능한 거지.”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습니다. “빌 게이츠의 딸”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더 큰 부담이었고, 세상은 그녀에게 더 높은 기준을 들이밀었으며, 작은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피비는 이러한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아버지의 도움을 거절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빌 게이츠의 직접 투자를 정중히 사양하고, Kleiner Perkins와 Acrew Capital 같은 VC를 상대로 직접 피칭하여 80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부모의 자본이 아닌 내 전략과 실행력으로 승부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창업자가 아닌 브랜드의 얼굴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스스로 팟캐스트 The Burnouts를 진행하며 창업 여정을 솔직히 공유했고, 브랜드 협업에서도 제품을 넘어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치와 세계관을 이야기하며 사람들과 연결되었습니다. 나아가 카사디안 가문의 핵심 인물인 크리스 제너(Kris Jenner)에게 직접 연락해 조언을 구하고, 미디어 전략과 세계관 확장의 방법을 배웠습니다. 제너는 피비의 팟캐스트에도 게스트로 출연하며 프로젝트를 세상에 알리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이는 Phia가 대중의 눈에 처음 각인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Frame 1422235511.png The Burnouts에서 Kris Jenner와 이야기 나누고 있는 Phoebe & Sophia 이미지 출처: 유튜브




Phia의 성공을 만든 두 가지 전략


1. 드롭 마케팅과 FOMO 전략으로 ‘기다림’을 설계하다

피비 게이츠는 하이리스크·하이리워드 전략인 ‘드롭 마케팅(Drop Marketing)’을 Phia 출시 전략에 적극적으로 벤치마크했습니다. 저스틴 비버의 아내이자 모델인 ‘해일리 비버(Hailey Bieber)’가 최근 성공적으로 론칭한 뷰티 브랜드 Rhode의 전략을 참고한 것인데요. 구체적으로는 Rhode가 활용한 방식처럼, 한정 수량 출시 → 이메일을 통한 대기자 명단 등록 → 재입고 알림을 통한 빠른 구매 유도의 흐름을 통해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FOMO(놓치기 싫은 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이 전략은 초기 사용자를 빠르게 모으고 SNS에서 자발적인 입소문을 확산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으며, Phia 역시 이러한 방식을 적용해 피비 게이츠가 만든 앱을 단순한 쇼핑 플랫폼이 아닌 ‘트렌드 경험 플랫폼’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2. 창업자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 브랜딩 전략

두 번째 전략은 창업자 자신을 브랜드의 얼굴로 세운 것입니다. 피비는 단순한 앱 창업자가 아니라 팟캐스트 The Burnouts를 직접 진행하고, SNS에서 유저와 소통하며 브랜드의 스토리를 전달했습니다. 또한 수많은 UGC 콘텐츠를 테스트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선별해 광고 효율을 극대화했으며, 콘텐츠 → 유입 → 데이터 → 콘텐츠로 이어지는 성장 사이클을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Phia는 제품을 파는 공간을 넘어 ‘피비 게이츠의 세계관을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였습니다.




AI 시대, 새로운 경쟁력은 ‘인플루언싱’

AI 덕분에 이제 누구나 손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디자인도, 마케팅도, 콘텐츠 제작도 모두 AI가 대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죠. 그렇다면 모든 것을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결국 그 질문의 본질적인 답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사람들이 왜 그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가?” 로이 리의 말처럼 이제는 제품 그 자체보다 ‘나’라는 브랜드를 팔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피비 게이츠가 보여주었듯, 브랜드화된 개인이야말로 제품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됩니다. 결국 이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인플루언싱(Influencing)’, 즉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제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사람들과 연결하고, 팬덤을 만들며, 나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일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입니다. AI 시대의 경쟁은 기술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제 승부는 얼마나 멀리, 얼마나 깊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가에서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사람만이, 이 새로운 시대의 룰을 다시 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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