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내가 태어난 날 나는 죽으려 했다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물에 뛰어들자 본능적으로 숨을 쉬고 싶었다.
찬물이 기도에 들어왔다.
“컥컥!”
겨우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흥분해서 마구잡이로 팔다리를 휘젓는 바람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살….”
입에 물이 들어왔다. 손바닥으로 눈가를 훔쳤다.
인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다.
점점 힘이 풀리고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후회가 밀려왔다. 고통이 밀려왔다.
어느 순간, 엔도르핀이 한계치 이상으로 분비됐는지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잠깐 사이에 정신을 잃었나 보다.
눈 한 번 깜빡인 것 같은데, 난 육지에서 계속 물을 뱉고 있었다.
심장을 부여잡고 큰기침했다.
그때 누군가 내 등을 세게 쳤다.
낯선 여자였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날 두들기고 있었다.
“너, 제정신이야!”
나를 구한 여자분은 고양이가 연상되는 외모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날 물속에서 끄집어내느라 그녀의 흰색 와이셔츠와 앞치마가 물에 젖어서 엉망이었다.
그녀는 물방울 맺힌 안경을 벗어 대충 닦았다.
“정말 죽고 싶어?”
정신이 돌아온 나는 내가 뛰어내렸던 다리를 올려다보았다.
엄청 높았다. 내가 저기서 뛰어내렸다니. 아찔했다.
여자분은 엄청난 기세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저승사자처럼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너 죽는 게 뭔지는 알아?”
단 두 마디 만에 날 제압한 그녀의 카리스마 때문인지, 아니면 몸의 긴장이 풀려서인지, 나도 모르게 교복 차림으로 소변을 지렸다.
죽음의 문턱에 가봤기 때문일까, 최선을 다해 그녀에게 말을 토해냈다.
싹싹 빌면서, 살려달라고 울었다.
죽는다는 건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내가 죽으려 할 때 누군가 나를 잡아주길 바랐다. 내가 심술부려도 끝까지 나를 포용해 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우는 내 모습에 여자분은 당황한 듯했다. 머쓱한지 머리를 긁다가 이내 말을 꺼냈다.
“괜찮아?”
그녀도 힘들었는지 기진맥진한 말투였다.
왜인지 모르게 그 목소리는 날 진정시켰다.
“가, 감사합니다. 저 진짜… 정말 살고 싶었어요.”
나는 두 손을 쥔 채 하염없이 울었다.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소름 끼쳤다.
그리고 억울했다.
여자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살아서 다행이야.”
“!”
그 말 한마디에 또 무너지고 말았다.
나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다정한 말 한마디가 필요했다. 이 사람은 나를 해치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는 내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곁에서 날 바라보는 눈빛이 큰 위안이 됐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앗.”
그녀는 내가 민망할까 봐 말을 걸었다.
“케이크 좋아해?”
“네.”
“다행이네. 잘 아는 집이 있어. 같이 가자.”
그녀는 날 일으켜 세웠다. 낯선 사람을 의심 없이 따라가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더 대화해 보고 싶었다.
함께 타고 가는 차에서 옛날 노래가 흘러나왔다. 취향이 독특하구나 싶어 입술을 쭉 내밀었다.
“벨트.”
서둘러 안전띠를 매고 목적지로 향했다.
난생처음 와보는 길이었다. 자동차 시트는 내 다리에서 흐른 피로 얼룩져 있었다. 옷도 더러웠다. 죄송해서 힐끔 눈을 돌렸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
나른함이 밀려왔다.
나는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다 왔어.”
깜짝 놀라 눈을 뜨니 케이크를 굽고 있는 오븐을 보는 작은 아이가 보였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여기야.”
케이크 가게는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의 집 같았다. 신비하면서도 오묘했다. 내 은인은 차창을 똑똑 두드리며 나오라고 신호했다.
그 가게는 카페도 겸하고 있는 곳이었다. 인스타 감성과는 조금 다른, 운치 있고 옛 감성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흔들의자와 창가 사이사이에 배치된 골동품들이 보였다. 진열장에는 각양각색의 케이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다 맛있어 보여서 침이 고였다.
위시의 베이커리.
특이한 가게 이름이었다.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녀가 말을 건넸다.
“내 이름이야.”
날 구해준 사람이 이 집의 사장님이었다니.
그녀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이름 처음 보냐는 눈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케이크 먹어도 괜찮..?”
하루 종일 먹은 게 없다 보니 너무 배고팠다.
위시는 뭘 그런 걸 물어보냐며 날 쳐다봤다. 뭐든 다 내어줄 기세였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어야 하지 않을까?”
“앗.”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실례한 창피함이 다시 생각났다. 난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 위시의 안내를 받아 화장실에서 샤워한 나는 그녀가 준비해 준 체크무늬 분홍색 파자마로 갈아입었다. 내 몸에 딱 맞는 사이즈였다.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데 밑의 층에서 맛있는 냄새가 올라왔다. 쿠키를 굽는 걸까? 초콜릿 향이 강렬했다. 마시멜로와 함께 먹으면 정말 맛있겠는걸.
“잘 어울리네.”
위시는 겉보기에는 되게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되게 따듯한 사람 같았다.
어느덧 구워진 쿠키와 함께 딸기 라테가 준비되어 있었다.
“무슨 케이크 먹을래?”
“생… 크림이요.”
여름이라 그런지 샤워하고 에어컨을 쐬니 정말 상쾌했다.
“무슨 생각해?”
위시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꼬리를 무는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가게 내부를 살폈다.
홀에는 레드벨벳, 치즈, 초콜릿, 딸기 생크림, 녹차, 쿠키 앤 크림, 바닐라, 우주를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케이크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왜 이런 곳을 지금까지 못 들어봤을까?
위시가 만든 케이크들은 예쁘고 먹음직스러웠다. 그녀의 이름처럼, 먹으면서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질 것 같았다. 그 정도로 특별했다.
케이크를 한 입 먹은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예상보다 더 맛있었다. 생크림은 구름처럼 몽글몽글했고 딸기 조각은 행복을 주었다.
어디서도 느껴 본 적 없는 맛이었다.
왜 이런 곳에 손님이 없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이 정도면 인스타 명소로 섭외가 올 법도 한데.
“생일 축하해.”
위시는 맞은편 자리에서 턱을 괴고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알았어요?”
“하하하! 네 얼굴에 다 적혀있는걸.”
“어….”
“너 같은 애는 처음 봐, 난 그냥 평범하게 빵 만드는 사람이야. 장사하려면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너 표정 숨길 줄 모르는구나. 속생각이 다 티 난다 얘.”
나는 짓궂게 놀리는 그녀가 살짝 미워서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위시는 귀엽다는 듯 나를 보다가 돌연 심각하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나는 더 잃을 게 없다는 각오로 대답했다.
“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이예요.”
위시는 내 진지함에 당황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역시 연륜이 있어서 그런가, 가볍게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 그냥 의례적으로 안부를 물어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그런 경우와는 달랐다. 진짜 나를 보듬어 주는 것 같았다. 부담 갖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기다릴 테니 해보라는 권유에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너무 힘들었어요….”
그동안 품어왔던 설움이 봇물 터지듯 터졌다.
몇 년 만에 소리 내 울었다. 그동안 난 내가 소리 내서 우는 법을 잊은 줄 알았다. 위시는 티슈로 내 눈가를 닦아주었다.
“힘들었겠네.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었구나.”
진심 어린 위로는 심금을 울린다. 이 사람이라면 내 속마음을 보여줘도 괜찮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힘들었어요. 하루는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반장 은영이 반 별로 릴레이 계주를 위해 참여 여부를 추리고 있었다. 칠판에 명단을 적으며 공지를 했다.
“얘들아 이번 계주는 2인 1조로 진행될 거야”
우리 반은 총 26명이었기 때문에 내가 남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반의 분위기는 이상했다. ‘아 설마 김지안이랑 해야 돼?’라는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움츠러들었다. 그때 은영이 말했다.
“다들 친구 없는 것 아니지? 누구처럼”
놀람과 황당, 당황스러움, 불쾌함 ㆍㆍㆍ여러 감정이 들었다. 머리가 하얘져서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분명 은영이랑 친했지만, 모르고 신발을 밟는 실수를 해 버렸고, 사과해도 다시 친해지기는 어려웠다. 소원해진 걸 안 다른 애들은 은영의 편을 들며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야, 비켜.”
한 무리가 내 어깨를 치고 깔깔 웃었다. 김은영의 친구인 은성과 수연이었다. ‘아 더러워’라는 말로 또 공격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학교 외관이 보였다. 어쩌면 진짜 마주해야 할 현실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난 침을 꿀꺽 삼켰다.
걱정하는 일의 90%는 안 일어난다고? 천만의 말씀. 내가 학교생활에 대해 불길한 상상을 하면 꼭 현실화했다.
건널목 앞에 서니 등교하던 학우들의 목소리와 시선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기가 죽어 바닥을 내려다봤다. 심장이 또 두근거리려 해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네 잘못 아니야.”
퍼뜩 회상에서 벗어났다.
아, 위시의 가게였지.
꿈인지 현실인지 자각하기 어려웠다.
어쨌든 그런 기억이 쌓이고 쌓여 트라우마가 되었다.
내가 악몽을 꾸고 있는 거라고, 제발 다 꿈이기를 바랐다. 꿈이라면 언젠가 깨어나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은 현실이었고 바뀔 가능성은 없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체념하고 말았다.
“많이 외로웠겠다. 게네들 진짜 나빴네.”
“다 제 잘못 같았어요.”
지금 입고 있는 건 그때와 같은 교복이다. 열심히 세탁했던 그날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옷깃을 만졌다.
“다수와 어울리지 못하는 건 꼭 소수의 잘못만은 아니야.”
“하지만… 왜 정말 필요할 때는 나타나지 않는 걸까요? 저는 진심으로 친구가 필요해요.”
위시는 진심으로 날 위로하고 있었다. 나는 내 상황이 한없이 속상했다.
정말 견디다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말하면 김은영을 ‘무시’하고 학교 다니라고 한다. 말이 무시지 참으라는 얘기다.
“학교 가기 싫어요.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막막하고 무서웠다. 학교로 갈 용기도 이미 바닥이었다. 이만하면 잘 버틴 거로 생각했는데, 세상은 나보고 또 노력하라고 강요한다. 이제는 못 하겠다며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책가방을 우르르 쏟았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던지고 커터칼로 손목을 그었다.
“김지안! 정신 차려.”
위시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위시 덕분에 마음의 응어리가 어느 정도 해소돼도 결국 잠깐뿐이다. 다시 학교라는 지옥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운명은 변함이 없었다.
“지안아 제발!”
위시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다리에서 구해준 것만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닐 거다. 그녀는 커터칼을 저 멀리 던져버렸고, 내 손목을 잡은 채로 나를 안아주었다.
“엄마….”
위시는 안쓰러워하는 눈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소리 내 우는 것뿐이었다.
“그냥 마음껏 울어, 실컷 목이 떠나가라 울어!”
한참을 울다 보니 또 진정됐다.
한없이 초라해지는 내가 부끄러웠다. 위시는 이런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안하고 창피해서 숨고 싶었다.
위시는 괜찮아진 내 모습을 보곤 안심했다.
“잠깐 기다려.”
그녀는 케이크 진열창 맨 구석에 있는 상자를 꺼냈다.
“뭐예요…?”
위시는 나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 주려고 만든 생일 케이크야. 소원을 빌면 24시간 동안 이루어지지.”
‘거짓말.’
확신을 담아 말하는 그녀였지만, 믿지 않았다. 어릴 때 그렇게 빌었는데 이루어진 소원은 없었다. 내 인생에서 좋은 일은 한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었다. 나머지는 전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다.
이전에 다녀온 제주도 수학여행 때 나만 혼자라 주눅 들었었다. 같이 다닐 사람도 없었고, 불편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함께 방을 쓰려는 사람도 없었다.
그때부터 지속적인 야유가 늘어나자 하루에 샤워를 두 번씩 했고 혹시 무슨 냄새나냐고 물어도 봤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함께 버스 타고 이동하는 것도 공포였다. 난 기사님 뒤, 좌석으로 치면 맨 앞자리에 혼자 앉았다.
마침 그때 내성 발톱이 생겨 웬만한 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다. 솔직히 없는 돈만 날린 거 같아 속상했다.
만약 내가 오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날 씹을 수많은 명분만 생겼을 것 같아 치가 떨린다.
사실 아픈 건 핑계였다. 같이 다닐 사람이 없었다. 혼자인 게 부끄러워 몰래 화장실에서 울었고 밥도 잘 못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쟤 왜 오냐’, ‘토할 거 같아’, ‘선생님은 쟤를 왜 챙기는 거야?’라는 야유가 들렸다.
그토록 행복을 바랐던 수학여행이지만, 내 소원을 들어주기는커녕 상처만 더 깊게 팼다. 그래서 제주도가 싫어졌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위시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신기하게도 동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우리는 초면인데, 왜 이렇게까지 잘 대해주는 걸까?
경계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날 눈치챘는지 위시가 말했다.
“지안아, 당장은 믿기지 않겠지만 네 삶의 주인공은 너야.”
위시의 케이크는 유명 브랜드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디자인이었다.
“이 케이크의 촛불을 불면 소원 하나는 꼭 이뤄질 거야.”
위시는 사뭇 진지했다. 나는 혼란스럽기만 했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엄마를 살려 줄 수 있나요?”
콧물이 나는 걸 흥 하고 삼키다 보니 혀 짧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시간은 벌써 오후 11시였다. 여기서 집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막차는 끊겼을 텐데.
내 생일이 곧 끝나간다.
엄마를 다시 만난다면 왜 나만 두고 갔냐며 따지고 싶었다.
“죽은 사람을 살리거나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건 어려워.”
위시는 조급해 보였다.
“내 말 명심해.”
위시가 엄지와 중지가 맞대고 소리를 냈다.
그 순간, 나는 집 안에 있었다.
“말도 안 돼….”
널브러진 이불,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설거지 안 한 그릇들이 나를 반겼다. 방금 내가 순간이동 한 거야? 드디어 미친 건가?
하지만 위시를 만난 건 사실이었다.
내 품에 그녀가 준 케이크가 있었으니까.
시계를 보니 11시 55분이었다.
위시의 말대로 생일이 지나기 전에 소원을 빌어야 했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도 속눈 셈 치고 해보고 싶었다. 더 잃을 게 없는 마당에 뭘 못하겠어?
케이크에 열여덟 개 초를 꽂았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아무에게도 축하받을 수 없는 생일은 암울했다. 아빠가 매달 생활비를 보내지만, 곁에 가족이 없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위로와 조언도 고맙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사랑이었다.
“6월 1일이… 전 세계에서 저만 생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더 이상 혼자라 느끼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이랑 같이 롯데리아에서 파티도 해보고 싶었고 파티룸을 빌려 놀고도 싶었다. 그냥 사랑받고 싶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더 외로운 날이 아니라 가장 빛나고 주목받을 수 있는 따듯함이 필요했다.
“후.”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촛불을 불었다.
흐르는 촛농이 내 눈물 같았다.
자정이 지났고, 날짜는 바뀌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한 건 없었다.
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빌었구나.
“생일… 축하해. 김지안.”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축하를 건넸다. 베란다 너머 생일 축하한다며 시끄럽게 구는 취객들 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잠을 청했다. 학교도 달라진 건 없겠지.
숨이 막혀왔다.
“엄마….”
마법 같은 일이 생기길.
깨어나길 바라지 않으며, 나는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