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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동료 때문에 회사생활이 힘들다고요?

슬직생 꿀팁 118... 동료 편(18)

by 이리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큰 딸이 하소연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너무 무개념이어서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얘기였습니다. 천성이 게으른 데다, 약속 안 지키고, 책임감 없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데 어떻게 입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는 일마다 엉망이어서 결국은 팀플레이하는 자신이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힘들어했습니다. 폭발직전인 거죠.


공감되시죠? 사무실마다 그런 사람들이 분명 한 둘은 있습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사무실에 짐만 되는 것 같은 존재, 당장 내일이라도 나갔으면 좋겠는데 무슨 연유인지 떡하니 버티고 나갈 생각이 없는 사람. 모두가 엮이기 싫어하는, ‘고문관’이죠. 큰 딸과 그 고문관에 대해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사람 문제에 대해 부장과 얘기한 적이 있니?

“아니요. 다 알고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과 엮인 제가 운이 없는 거죠.”

-아니, 그 사람 때문에 네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사실을 부장이 알고 있느냐는 질문이야.

“팀 업무를 제가 거의 다 처리하니까 저와 그 사람 간의 문제는 알 수 없겠죠.”

-흠, 아빠가 보기엔 네가 부장이 고민해야 할 문제를 떠안고 힘들어하는 것 같구나.

“그게 무슨 얘기예요?”

-우선 이걸 알아야 해. 사원과 부장의 역할은 달라. 사원들은 주어진 일을 잘 처리하면 돼. 부장의 역할은 사원들이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일이야. 네가 맡은 팀에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당연히 부장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야.

“그럼 제가 그 사람이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는 걸 부장에게 고자질해야 하는 거예요?”

-흠, 고자질이라기보다는 부장에게 보고한다고 봐야지. 부장의 역할은 부서에서 업무와 관련해 벌어지는 일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만약 문제가 있으면 그걸 처리해 주는 거니까. 어떻게 보면 그런 문제를 보고하지 않은 네 잘못이라고 볼 수 있어. 일종의 직무유기?

“제가 이런저런 문제를 보고해서 그 사람이 잘못되면 저를 탓할 텐데. 저는 그러기 싫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굳이 그럴 필요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어. 조금만 참으면 다른 부서로 가서 헤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걸 알아야 해. 나중, 네가 부장이 되면 그렇게 모두가 봐주고 떠넘긴 고문관이 꼭 네 밑으로 들어온다는 것. 그땐 그렇게 생각할 거야. 왜 저런 사람을 그동안 아무도 처리하지 않은 거야.

“그러니까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 그 사람의 문제를 부장에게 보고하라는 거죠?”

-그렇지. 엄격하게 생각하면, 그 사람 때문에 네가 골치를 썩을 이유가 없어. 골머리를 앓아햐 하는 것은 네 부장인거지. 넌 문제를 보고하고, 그 문제 처리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건 부장인 게 맞아. 처리를 안 하고 있다고 문제가 터지면 그건 부장의 책임이 되는 거지. 그런데 만약 네가 보고를 안 하고 있다고 큰 문제가 발생했다? 그건 보고를 하지 않는 네 책임이 되는 거야.


큰 딸은 결국 그 고문관 문제를 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안돼 조용히 다른 회사로 이직했지요. 필자가 생각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각설하고, 지금 뺀질이 고문관 동료 때문에 고생하고 계신가요. 말도 못 하고 일을 다 떠맡아 처리하고 계신가요. 스트레스 때문에 저녁에 집에 가서, 또는 애먼 친구들 붙잡고 하소연하고 계신가요.


다 잊으시고, 그냥 부장에게 보고하세요. 이런저런 이유로 같이 일하기 힘들다고 얘기하세요. 그냥 빈손으로 가서는 안됩니다. 최소한 A4 한 장이라도, 6하 원칙에 따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사례별로 정리해서 가져가세요. 문서의 힘은 강력합니다. 말로 하는 것보다 10배는 더 큰 호소력을 가집니다. 물론 제대로 정리했을 때 그렇지만요.


결론은 이겁니다. 부장의 고민을 당신이 떠안고 끙끙대지 마라. 그런 부원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는 부장의 몫입니다. 당신은 다른 팀원과 함께 일하거나, 아니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맡겨 달라고 하세요. 부서 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최대 효과를 내야 하는 것도 부장의 몫입니다.


그런데 부장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그냥 알아서 하라고 떠맡긴다? 그런다고, 그래, 어쩌겠어, 그냥 다음 인사 때까지 견뎌야지,라고 생각한다면 하수입니다.


고수라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수를 생각할 겁니다. 뺀질이 고문관 때문에 큰 사고가 터지는 것을 방관하는 거죠. 이미 문제 가능성을 보고한 상태이므로 책임은 부장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뺀질이 고문관 동료도 함께 책임을 피할 수 없겠죠. 그렇다면 당신은? 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이었던 상황을 잘 설명하면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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