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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에 목매는 직원들이 모르는 'C레벨'의 세계

슬직생 꿀팁 127... 인사평가 편(2)

by 이리천


자발적 언보싱(unbossing)이란 말이 있습니다. 간부로의 승진을 기피하는 현상입니다. 보상은 적고, 책임질 일은 많은 중간 간부나, 임원이 왜 되려고 하느냐, 그냥 조용히 평사원으로 워라벨, 소확행 하면서 살고 싶다는 엠지 세대들의 새로운 직장 생활 트렌드입니다.


전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부서에 꼭 한 두 명은 있었죠. 소수여서 금방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그런 사람이 대다수이고 승진을 위해 돌진하는,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조용한 퇴직 Quiet quitting이란 기류가 퍼지고 있습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근무하는지 퇴직했는지, 모를 정도로 존재감 없이 조용히 월급 받고 다니는 걸 낙으로 삼는 부류들이 늘고 있죠. 일반 기업뿐 아니라 정부 기관, 공기업에서도 그런 추세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꼭 생각해 볼 게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안락한 삶은 의욕 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확행도 워라밸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냥 승진을 포기한다고, 덜 벌고 덜 쓰겠다고 결심했다고 조용하고 안락한 삶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아마 그런 분들은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해고나 권고사직의 어려움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협박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입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조언합니다. 두 가지입니다. 첫째, 소확행 워라밸을 원한다면, 그걸 보장할 만한 실력을 기르는 게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소확행 워라밸 평상시엔 별 문제없습니다. 그러나 위기 때는 가장 위험한 표적이 됩니다. 가장 먼저 해고나 권고사직 대상이 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실력이 있으면 다릅니다.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있는 특질과 기술, 능력, 실력이 있다면 워라밸해도 소확행 해도, 어떤 위기가 와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생각을 조금만 바꿔 볼 것을 제안합니다. 좀 더 높은 곳에 올라가 보는 꿈을 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합니다. 왜 그럴까요. 소확행 워라밸 하지만 사실 그건 그 수준에서 말하는 행복의 기준입니다. 산행을 해보셨을 겁니다. 땀 흘리고 고개를 넘어가면 전에 볼 수 없었던 기막힌 광경을 보게 됩니다. 그 광경을 보면 그전까지 감탄했던 풍경들이 초라해 보이는 걸 깨닫습니다.


인생도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장이나 임원, 사장이 돼서 볼 수 있는 게 있습니다. 그제야 맛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책임감이 주는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그런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 즐거움과 행복이 있습니다. 윗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자세하게 쉬쉬 합니다.


가장 좋은 게 여유입니다. 자세히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여유를 갖게 됩니다. 시간적으로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에 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즐길 시간적 공간이 확보됩니다.


거기다 새로운 가능성도 열립니다. 그전에 멈추면 절대 볼 수 없는, 가능하지 않을 그런 기회들이 주어집니다. 소확행 워라밸은 그때 가서 추구해도 늦지 않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높이 올라가면 보이는 게 다르고, 분위기도 다릅니다. 그리고 한번 그걸 맛본 사람은 절대 다시 내려가고 싶어 하지 않아 합니다.


#언보싱 #조용한 퇴직 #승진기피 #워라밸 #경력관리 #자기 계발 #성공의 기준 #리더십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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