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를 통틀어 현대인처럼 아는 것이 많은 세대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지식의 홍수 속을 헤엄치고 있다. 책과 강의, 유튜브는 성공으로 가는 달콤한 지름길이 있다며, 쉴 새 없이 정보를 쏟아낸다. 우리는 그 지식들을 탐욕스럽게 수집하며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을 신봉한다.
언젠가 이 지식들이 나를 부와 성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보편적인 믿음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수많은 책을 읽고, 비싼 온라인 강의를 결제하고,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대로이다.
아는 것이 많아졌지만, 통장 잔고는 그대로이다.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다. 아는 것도 많아졌고, 기술의 발전으로 원하는 고급 정보를 얼마든지 수집하거나, 배울 수 있다. 그 누구라도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대이며, 그만큼 기회도 넘쳐난다.
스탠퍼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는 '지행격차(Knowing-Doing Gap)'라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는 한 마디로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 사이의 거대한 간극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아는 것이 많아졌지만, 실제로는 행동하지 않는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누워서 편하게 정보만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진짜 문제는 지식의 양이 아니다. 우리의 통장 잔고가 변하지 않고, 현재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지식을 행동으로 변환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와 게으름에 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명제는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는 것은 힘이 맞으나, 지식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을 뿐이다.
때로는 너무 많이 알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우리는 행동하거나, 도전하기 앞서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된다는 막연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식이 실행의 도구가 아닌, 게으름의 핑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완벽한 계획은 치밀해 보이지만, 실제로 행동을 막는다. 이를 심리학은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 현상이라고 부른다. 선택지가 너무 많거나, 고려해야 할 변수가 복잡할수록 뇌는 결정을 미루고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식이 많아질수록 실패할 수 있는 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눈에 보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증폭된다. 결국, 우리의 끝없는 계획과 분석은 '실패하지 않기 위한' 정교한 형태의 '미루기'가 된다.
실제로 한 사회 통계에 따르면, 많은 청년이 '미래 실현 가능성'(지식을 통해 아는 것)과 '현재 자신의 상태' 사이의 격차로 인해 우울감과 무력감을 경험한다고 한다.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는 압박이 오히려 첫걸음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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