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머릿속이 시끄러운 날이 있다. 정체 모를 불안감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이내 나를 집어삼킨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다. 그러나 손 하나 까닥하기 싫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다. 일단 무슨 일이라도 시작해 본다.
그래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눕는다. 그리고 스마티폰을 켠다. 화려한 숏폼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스크롤한다. 잠시나마 불안이 사라지는 안정적인 기분이 든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닫는 순간, 몇 배의 불안과 우울감이 몰려온다.
현대인에게 불안은 그림자와 같다. 우리는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불안을 매개로 소비의 삶을 살아간다. SNS를 보며, 허망한 눈빛으로 타인의 완벽해 보이는 삶을 훔쳐본다. 그리고 쏟아지는 부정적인 뉴스를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 쳇,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지? "라는 부정적인 마음과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리고 파플로프의 반응처럼 다시 스마트폰을 켜고 눕는다. 숏폼 영상을 스크롤하고, 자극적인 영상을 찾아본다. 그것이 휴식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인스턴트 소비는 절대로 휴식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감정이 침체되거나, 우울해질 뿐이다. 싸구려 소비를 지속할수록 뇌는 지쳐가고, 공허함은 거대해진다. 소비는 불안을 잠시 멈추는 마약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인스턴트 소비는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며, 중독 상태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불안과 혼돈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은 딱 하나이다. 소비보다는, 생산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창조 행위는 우리의 삶을 구원한다.
나는 소비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만'하는 삶은 권장하지 않는다. 현대인은 너무 소비에만 삶의 중심이 쏠려있다.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주변 사람들의 대화는 '무엇을 소비했다.'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은가?
어제 무엇을 봤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누렸는지에 관한 이야기만 한다. 90% 이상이 소비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이처럼 우리가 소비에 중독되는 이유는 '값싼 도파민' 때문이다. 노력 없이 얻는 쾌락은 쉽게 도파민을 얻게 한다. 이것이 패착이다. 쉽게 얻는 쾌락의 문제는 만족감이 빨리 사라진다는 것에 있다.
게다가 값싼 도파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자극을 필요로 한다. 자극이 줄어들면, 뇌는 불안과 우울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값싼 소비로 인한 도파민 중독과 불안의 악순환이다. 반면 우리가 무언가를 생산할 때, 뇌는 다르게 작동한다.
창조적인 활동, 생산적인 일에 몰입했을 때, 비싼 도파민이 분출되는 것이다. 이 비싼 도파민은 땀 흘려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렵게 얻은 만큼, 만족감과 행복감이 길게 지속된다. 비싼 도파민을 얻기 위해 노력할수록 더 풍족하고, 좋은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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