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하는 사이
배경음악. Sleeping At Last [Saturn]
* 들으며 읽으시면 더 좋아요:)
요즘 난, 사랑을 하고 있다.
이 감정만이 가진 깊이를 느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변하는 중이다. 관계란 각자의 세계를 존중하며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던 내가, 이번 사랑을 통해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문득, 사랑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여자가 떠올랐다. 내게 사랑을 알려준 한 사람, 엄마다.
엄마는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이후 아빠를 만나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낯선 도시에서의 시작, 고된 시집살이와 육아, 집안일과 직장일에 치이며 정신없이 살아온 엄마. 그녀는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조차 마땅히 없던 그녀는 딸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자신을 이해해줄 거라 믿었지만딸은 그러지 못했다.
엄마는 내게 종종 아빠와 다툰 일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논리와 판단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분석했다. “엄마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아빠 입장도 들어봐야지” 내 말들에는 감정의 공감도,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엄마의 마음을, 그 때의 난 몰랐다.
사랑을 경험하면서 엄마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삶 속에는 수많은 사랑의 형태가 있었다. 가족을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하며, 아빠를 사랑한 그녀. 그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그녀의 삶을 지탱한 힘이었다. 단순히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역할을 넘어, 사랑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온 멋진 사람이었다.
사랑은 단순히 기쁘고 좋은 감정만이 아니다. 때로는 외로움과 서운함을 동반하며, 관계 속에서 균열을 마주할 땐 실망과 아픔도 찾아온다. 엄마는 아빠와의 관계 속에서 기쁨과 외로움을 모두 경험했을 것이다.
그녀가 겪어온 복잡한 감정을 난 이제서야 이해하고 있다. 무한한 사랑을 주는 엄마가 있었기에, 그 사랑을 너무 당연하게 여긴 내가, 그녀의 빈자리와 외로움을 알아채지 못한 스스로가 미안하다.
심리학에서는 사랑이 인간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공감 능력’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사랑을 경험하면 상대의 감정과 관점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공감은 상대의 기분을 느끼는 것을 넘어, 그들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사랑을 하면서 그녀가 왜 외로움을 느꼈는지,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엄마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것도 공감을 통해서다. 왜 우리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걸까.
사랑은 그렇게 이해의 문을 열어줬다.
사랑이란 연결고리
엄마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여전히 소녀 같은 마음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여자다.
앞으로 엄마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를 넘어, 여자로서 그녀의 삶을 다정하게 안아주고 싶다. 사랑을 하면서 비로소 그녀의 삶을 이해한 딸이, 나를 사랑으로 키운 그 마음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니까.
사랑은
서로를 연결하고 알아가게 하는
가장 따뜻한 힘이다.
배경음식. 아몬드 밀크와 꿀을 넣은 따뜻한 라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