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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담 Nov 26. 2024

[한글로 한,글쓰기#8] 달과 닮은 우리의 하루

우리는 그렇게 빛난다

배경음악. 에쉬톤 [너의 순간들]

*들으며 읽으시면 더 좋아요:)




유독 달이 좋았다.

어느 날은 낮에도, 밤에도 은은하게 반짝이는 그 빛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달의 표면 온도는 태양빛을 받는 낮에는 127℃까지 뜨겁고, 빛을 받지 않는 밤에는 -173℃까지 떨어진다. 그 뜨겁고 차가운 변화를 매일같이 겪으면서도, 달은 빛을 잃지 않는다.


어두운 하늘 속에서 묵묵히 빛나는 달. 그런 달을 바라볼 때마다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늑해졌다. 조용히 두 손을 잡아주는 듯한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다.



차가움 속의 온기

가끔 지친 하루의 끝, 집으로 향하는 길에 달이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날은 유난히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직장에서 쌓인 일들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고객사의 날카로운 말들은 가슴에 작은 바늘처럼 박혀 나를 따갑게 했다. 그런 날일 수록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찾았다. 달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빛나고 있었다.


우리의 하루는 달의 온도처럼 극과 극의 순간들로 채워진다. 감정은 끝없이 오르내리고, 관계 속에서는 때로 부딪히며,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낸다. 그렇게 뜨거웠던 낮의 열기가 가라앉고, 차가운 온도로 밤을 맞이한 우리는, 달을 보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문득, 달 속에서 내가 보였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내 모습이 달빛과 꼭 닮아있는 듯했다.



그걸로도 충분해

달은 태양빛을 받아 반사한 빛으로 빛난다. 반사율이 낮아 빛의 10% 정도만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까만 밤을 밝히기에 충분하다. 크고 화려하지 않아도, 잔잔히 퍼치는 그 광채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위로가 된다. 차가운 온도 속에서도 은근한 따스함이 스며 있었다.


되돌아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달빛 같았다.

회사에서 동료와 나눈 작은 미소, 가족에게 전한 짧은 안부, 사랑하는 이와 나눈 사소한 대화.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우리는 아늑한 빛을 주고받았다. 완벽히 빛나지 않아도, 서로에게 충분히 따뜻한 존재였다.


그 일렁임은 우리가 누군가에게 건넨 다정함이자, 스스로에게 전하고 싶었던 위로일 것이다.



밤하늘, 당신이 떴다

해가 떠 있는 동안, 달의 존재는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해가 지고 까만 밤이 찾아오면 달은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동안 머금고 있던 햇살을 부드럽게 내보내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우리의 발길을 비춘다. 달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어두울수록, 너는 더 선명해질 거야."


달에게서 위안을 받던 우리는, 어쩌면 달을 바라보며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냉정한 현실에서도 치열하게 살아내며, 식어버린 마음이라도 여전히 온기를 간직한 자신을. 달처럼, 우리도 어둠 속에서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오늘도 밤하늘에 파란 달이 떴다. 그 달빛 아래, 우리는 반짝인다. 차갑고 조용한 듯 하지만, 그 안에는 따스함이 담겨 있다.



그 빛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달처럼, 그리고 당신처럼.


배경음식. 오트밀과 다크초콜릿이 올라간 따뜻한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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