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언어
배경음악. 최유리 [우리의 언어]
*들으며 읽으시면 더 좋아요:)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단순히 말을 꺼내기 어렵다기보단, 얽히고설킨 생각을 어떻게 꺼내야할 지 모르겠달까.
가끔은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에게 복잡한 세상의 흐름을 설명하려 애쓰는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건 흔한 일이다. 특히 상대방의 감정과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 우리의 말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표현할 방법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종종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전하지 못한다. 내가 전하려던 뜻이 왜곡되거나, 의도치 않게 상황이 악화될 때도 많다.
물론, 복잡한 마음을 자세히 펼쳐 보이며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험상, 그건 오히려 논점을 흐리거나 상대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길게 늘어놓은 말은 핵심을 빗나가고, 결국 내 진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어쩌면 내 생각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채 꺼내려다 보니 더 어렵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이유가 됐든, 상대의 감정과 상황이 뒤섞이는 실시간 대화 속에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아바타처럼 각자의 뉴런을 연결해 서로의 마음을 바로 느끼고 읽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고민은 특히나 부정적인 상황에서 더 크게 다가온다. 감정이 날카로울수록 말을 고르는데 더 신경쓰게 된다. ‘이 말을 하면 상처받지 않을까?’‘전달하려는 뜻이 제대로 전해질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내 진심을 담아 상황을 풀어내고 싶지만, 정작 내가 한 말이 오해를 부르고, 감정을 더 상하게도 만든다. 그러다보면 점점 대화 자체가 어려워지고, 차라리 말을 아끼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어 입을 다물게 된다. 결과적으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거나, 생각이 한참 뒤엉킨 채 잘못된 말을 꺼내거나.
하지만 어쩌겠는가. 좋은 말, 예쁜 단어로만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입에서 나오는 한마디 한마디가 그리 쉽게 흘러나오지 않으니 말이다. 난 실시간으로 말하는 게 너무 어렵단 말이지.
이런 상황을 자주 직면하면서, 난 글쓰기가 편해졌다.
말을 통한 소통은 즉각적이며, 양방향이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상대의 감정, 지금의 상황,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의미까지. 동시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수정도 어렵다.
반면, 글은 여유가 있다. 글을 쓰는 동안 머릿속의 생각을 차분히 돌아보고, 필요하다면 여러 번 고칠 수 있다. 한 줄 한 줄 적어가다 보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보인다. 처음에는 두서없이 흩어진 문장들도 퇴고를 거치며 점점 선명해진다. 단순히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넘어, 나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된다.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에 대한 통찰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정신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물론, 글쓰기가 대화의 대체물이 될 순 없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메시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이렇게 정리된 생각들은 다시 대화로 돌아가 우리의 표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삶은 소통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말로 전하기 어려운 순간도, 글로 풀어내야 할 순간도 있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완벽하게 소통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더 깊이 연결되기 위해 진심을 담아 노력해야 한다. 난 그 마음은 말이든 글이든 언젠가는 상대방에게 닿는다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글을 통해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조금씩 다듬어 나간다. 그리곤 언젠가 말로도 온전히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적어도 글은
말보다 느긋하게 퇴고를 거쳐
다듬어진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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