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레스텡과 괴물"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어둠을 두려워한다. 어둠은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뭔가 보일 듯 말듯해서 형체를 구분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확실하지 않고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상상계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상상하는 형태로 그들의 두려움을 만들고 의인화한다. 풍부한 상상력을 동원해 무의식적으로 보고 들은 것으로 어둠에 옷을 입힌다. 그것이 몬스터, 괴물의 정체일 수도 있는데, 일단, 무섭고 기분은 좋지 않다. 셀레스텡도 그렇다.
셀레스텡은 정말 밤마다 자기 방에 가고 싶지 않다. 셀레스텡의 방이 몬스터들의 방이라고 할 정도로 몬스터들 투성이다. 침대 밑, 장롱과 서랍 속, 커튼 뒤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천둥번개가 치는 비 오는 날이면, 몬스터들이 벽지 색깔로 둔갑해 괴롭힌다. 그래도 셀레스텡은 용기를 내본다. "너 정말 못생겼어!" "난 네가 하나도 안 무서워!"라고 하지만 웬걸 큰 소리로 "아빠!"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다음날은 엄마를, 돌아가면서 부른다. 그뿐인가 누나 방으로 괴물들을 피해 달려가기도 하고, 그도 안되면 강아지 보분을 살짝 부른다.
아이들이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괴물들이 나온다고 무서워하지만, 실제 괴물이 무섭다고 하는 아이들에게는 혼자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그 뒤에 숨겨있다고 봐야 한다. 혼자 있고 싶지 않을뿐더러 자기가 자는 동안 엄마, 아빠, 형, 누나들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셀레스텡 역시 괴물을 두려워하는 이면에 혼자 있고 싶지 않을뿐더러, 자기가 잘 때 가족이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함이 포함되어 있으리라는 추측을 어렵지 않게 해 볼 수 있다. 아빠, 엄마, 누나 그리고 강아지까지 돌아가면서 순서대로 도움을 요청하니 말이다.
이 그림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족들의 반응이다.
셀레스텡이 "아빠!"를 큰 소리로 불렀을 때, 아빠는 한 달음에 달려와 "괴물은 존재하지 않아"라고 안심시킨다. 셀레스텡은 "정말 괴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줄 수 있어요?"하고 부탁하니 아빠는 서랍, 장롱을 하나씩 열어보고, 커튼뒤도 들춰보고 침대밑도 들여다보며 괴물이 없다는 것을 셀레스텡과 같이 확인한다. 또한 "우리 모두가 너를 지켜줄 거야"라며 한 번 더 안심시킨다. 셀레스텡은 그날 밤 편안하게 잠을 잤다. 다음날 밤, "엄마!"를 부른다. 몬스터가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엄마도 한 달음에 달려와, "괴물은 이야기 속에나 있지!"라고 안심시킨다. 그래도 부족해 자기가 만든 거라며 셀레스텡에게 괴물 퇴치제를 준다. 바로 스프레이다. "칙!칙! 뿌리면 혹 괴물이 나타났다가도 금방 사라질 거야" 하면서. 셀레스텡은 신이 났다. "칙!" "칙!" 사방에 뿌리니 향기도 좋고 정말 괴물이 사라졌다. "칙!" "칙!" 효과가 좋았다. 한동안... 단 며칠 밤뿐이었지만 말이다. 괴물퇴치제가 바닥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 그다음 날 밤 괴물이 또 나타났다. 이번엔 누나 방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누나는 "괴물은 책에나 있지!" 하면서도 "하긴 나도 어렸을 때 그랬어" 하며 셀레스텡의 상황을 간과하지 않고, 서랍에서 손전등을 꺼내 셀레스텡에게 건넨다. 손전등으로 괴물을 비추면 금방 사라진다는 것이다. 셀레스텡은 다시 용기를 얻어 자기 방으로 돌아와 괴물들에게 손전등을 비추니 정말 말끔히 사라졌다. 아... 그런데 천둥 번개 치는 비 내리는 날은 그마저 효과가 없었다. 셀레스텡은 강아지 보분을 살짝 불렀다. 보분은 셀레스텡을 이해한다는 듯 조용히 셀레스텡의 침대 위로 올라가 눕는다. 괴물로부터 이 작은 꼬마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셀레스텡은 편안하게 잠을 잤다.
셀레스테의 가족들, 그리고 강아지 보분 조차도 셀레스텡을 이해했다. 아이가 느끼는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몬스터들은 뚜렷한 이미지가 없는 게 사실이고 그게 그들의 특징이다. 누가 만들었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야기나 책 속에서 혹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모든 괴물들이 사실은 우리의 머릿속에 나오는 것이라고 아이에게 설명한다. 그리곤 혹 두려움에 떠는 아이가 안쓰러워 같이 잠을 자는 방법보다는 아이가 혼자 이겨낼 수 있는 물리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으면서도 재미있고, 효과만점의 처방약으로 말이다. 스프레이, 손전등... 가족들의 처방전을 사용해 며칠밤을 편안하게 보낸 셀레스텡은, 실제 괴물퇴치제도 효과 만점이었지만, 가족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더 용기를 받는다. 괴물퇴치제가 바닥이 났고, 강아지 보분은 누나 방에 가서 잠을 자는 어느 날 밤, 역시 괴물이 또 나타났다. 이번엔 셀레스텡도 화가 났다. 또 나타났어? 사라지라고 해도 전혀 말을 듣지 않는 괴물에게 셀레스텡은 "너, 내 머릿속에 있는 거지?"라고 물었다. 괴물이 머뭇거리는 동안 셀레스텡은 그 순간을 노려 괴물에게 "너, 코가 크지!" " 파란 깃털로 덮였지!" 하며 괴물에게 다가갔다. 게다가 괴물에게 하트모양의 속옷을 입히고, 오리 목소리로 초록 생쥐의 노래를 부르게 했다. 무섭기는커녕 순식간에 우스꽝스럽게 변하는 괴물을 보는 재미에 셀레스텡의 괴물이야기는 끝없이 만들어졌다.
셀레스텡은 자기 삶의 주인공이며, 당사자가 되어 우스꽝스러운 괴물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셀레스텡의 상상력은 무척 힘이 있었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힘 말이다. 몬스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이었고, 한 뼘 더 성큼, 성장하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때 아이들의 상상력은 자신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 준다.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 상상력으로 인해 두려움도 생기지만 반면, 상상력으로 두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린이를 둘러싼 주변사람들의 지지와 도움이 필요하다. 그때 아이의 상상력은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는 책이다. "셀레스텡과 괴물", 참 정겹고 유쾌한 이야기이다.
"세레스텡과 괴물" 은 크리스틴 노만 빌맹의 글, 마리옹 삐파레티 그림으로 출판사 나탕 Nathan 에서
2024년 7월에 발행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