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마음
<나답게 살아내는 중입니다 2>의 연재를 마무리할 무렵, 집을 팔고 새로운 거처를 정하는 시간은 숨 가쁘게 흘러갔다. 삶의 중요한 결정들을 연달아 마주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잠깐의 휴식을 허락했다. 며칠이면 충분히 회복될 줄 알았던 쉼은 예상보다 길어졌고, 다음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갔다.
<아들의 바르셀로나, 엄마의 로마> 에세이를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단지 시간의 흐름이 아닌 내게 진정 의미 있었던 순간들을 담고 싶었다. 그런 마음은 어느새 부담으로 쌓였고, 결국 글쓰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니 글을 처음 썼을 때는 나 스스로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었기에 자유로웠다. 하지만 이제는 구독자와 SNS 팔로워, 블로그 이웃이 늘어나면서 매일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나의 작은 여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진솔한 마음을 담아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는데, 어느새 나는 스스로 설정한 기대치에 매달려 글쓰기를 힘겹게 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성과 시즌까지 겹쳐 일상은 더욱 숨 가쁘게 흘러갔다. 교통사고 이후 겪는 배의 통증으로 건강검진까지 받아야 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긴장을 내려놓고 천천히 몸과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가야 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회복하던 어느 날, 월간 에세이에서 첫 원고 청탁이라는 뜻밖의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순간이었기에 더욱 감사했다. 내가 지금까지 써온 글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고, 독자들과의 연결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음을 비로소 실감했다. 다시 글을 쓰고 싶은 용기와 힘이 마음 깊숙이 차올랐다.
지금까지 기다려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는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나다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그래서 일상의 작은 틈을 담아낼 새로운 소설 <틈, 아무 일도 없었기에>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제 다시 처음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 보려 한다. 나답게, 천천히.
[작가의 말] 성장할수록 처음의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배우는 시간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담감을 마주하며, 천천히 흘려보내는 중입니다. 예상보다 오래 기다리게 해 드린 사실에 죄송하고, 그럼에도 조용히 자리를 지켜주신 독자, 글벗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숫자가 아니라 마음이 향하는 곳에 귀 기울이며, 처음의 마음으로 여러분 곁에 머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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