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점을 다녀왔습니다.

가구점은 생각보다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됐습니다.

by 타자
방문 후기를 왜 브런치에 쓰나요?

시간이 흐른 언젠가, 저희 가족이 이 글을 통해 가구들을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샀는지를 돌이켜보며 웃음 짓고 있을 거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덤으로 가능하다면 독자분들께 작은 즐거움도 드리고요.


왜 가구점에 갔나요?

새 집으로의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청약에 당첨되어 생긴 무려 20평 새 집입니다. 실 소유주는 은행이겠지만 말이죠. (웃음)


그리 크지 않은 집이지만 우리 가족이 지낼 첫 자가 주택이라, 형편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견고하고 오래 쓸 수 있는 가구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가구점을 방문했습니다.


어디로 갔나요?

서재형 거실을 꾸미자는 원대하지만 아직은 추상적인 꿈을 품고 마초가구로 향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 카페에 제휴 업체라고 올라와 있어서 그거 보고 갔어요.

3개 업체가 목록에 올라와 있었는데 다양한 이유로(거리, 접근성, 주력 제품군)로 2개 업체를 제외하게 됐고 남은 곳이 마초가구였습니다.


토요일 오후에 갔는데 마침 한적한 시간대인지 다른 손님도 한 팀인가 밖에 안 계셔서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었어요.


진입하기 좋고 주차공간이 넓어서 편했습니다.
사람 많고 주차 공간 협소한 곳은 나라도 가지 말아서 세상의 고통을 줄이자는 주의라 아주 흡족했죠.


들어서는데 입구에 브랜드명 어원이 붙어 있어요.
사진이... 사진이 어디로 가고 없네요.


Master's Choice
번역하면 명장이 선택한 가구, 정도겠지요?


어원이 마초이즘은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역시 아니었다 따위의 실없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로 들어갔고 직원분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안내를 받아 쇼룸으로 들어섰습니다.

쇼룸에 들어서자마자 꽤 넓은 전시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이리저리 체험하며 구경할 수 있도록 동선이 신경써서 잡혀있다.
뭐 사러 갔나요?

저희는 4살짜리 아들이 있는 30대 부부예요.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서재형 거실이라는 막연한 희망사항만 들고 일단 다짜고짜 들이닥치긴 했는데 기본적으로 사려고 생각했던 가구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서재형 거실에 놓을 큰 테이블과 의자

거실 벽면을 채울 붙박이 책장

안방 붙박이장

리프트업 침대 2개 (부부용, 아이용)

화장대와 스타일러 맞춤장

드레스룸 내 맞춤장 또는 시스템장

식탁


안쪽으로 이어지는 쇼룸
생각보다 퀄리티가 훨씬 좋았던 리프트업 수납 침대

20평 대도 아니고 20평에 저게 다 들어가나? 그게 되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여러분 생각이 맞습니다. 공간이 안 나오더라고요. (슬픔)


도면을 챙겨갔었는데 아무리 봐도 안방에 붙박이장이랑 침대가 공존할 수가 없는 겁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아내에게 그물침대 이야기 꺼냈다가 1초 만에 기각당했습니다.


참 좋은 아이디어였는데 아쉽게 됐죠.


뭐 샀나요?

일단 안 샀습니다.


나중에 점장님으로 밝혀진 직원분이 꽤 프로페셔널하게 궁금한 부분들 설명해 주시고 이것저것 차이점도 잘 알려주셔서 정말 좋았거든요?


눈탱이 안 맞으려면 어딜 가서든 이런 가구는 이런 부분 확인하라는 주의도 전달해 주시고 심지어 도면 보고 같이 고민하며 공간 구상까지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진행하진 않았어요.


제가, 들은 설명이 전부 사실인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모두 최소한의 비교 검증은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의심 과다형 인간이라 그렇게 바로 계약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집으로 돌아온 저희 부부는 1주일 간 온갖 AI 검색과 유튜브, 구글링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직원 분의 언행에 정녕 미심쩍은 부분(나를 등쳐먹으려는 악덕업자의 낌새라던가) 조금도 없었는지 등에 대해 계속 서로의 기억을 뒤적거리며 회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재방문해서 샀습니다. (헐)


다른 가구점을 다시 알아보기가 엄청나게 귀찮았고 아무래도 서두에 언급했던 진입과 주차의 용이성, 쾌적한 쇼룸, 믿어도 크게 손해는 나지 않을 것 같은 직원 분(그러니까 이 분이 점장님)이 계시니 마초가구 가서 최종 구상을 논의해서 마무리까지 하고 오자고 아내와 뜻을 모았어요.


뭐 다른 곳 가서 더 알아봤을 때 좋은 쪽으로 뭐가 그렇게 다르겠나, 나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라는 생각도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재방문했을 때는 이전과 달리 이미 어느 정도 저희 집 공간과 필요한 가구에 대한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 상태였기에 수월하게 상담과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뭘 샀냐면,


1400 세라믹 상판 식탁 + 의자 2개, 벤치 세트

리프트업 수납 침대 프레임 킹 1 슈퍼싱글 1

매트리스 킹 2 슈퍼싱글 1

3인 전동 슬라이딩 소파


많이 콤팩트 해졌죠?

여기서 여러분이 평생 마음에 담아둘 만한 명언 하나 소개 드릴게요.


비싼 건 이유가 없을 수 있지만 싼 건 이유가 있다.


가격은 아주 콤팩트하진 않지만 충분히 합리적이었습니다. 꽤나 장기간 as가 보장된다는 것에 마음이 적잖이 놓이기도 했어요.


그 와중에 눈치채신 분도 계실텐데 거실 한쪽 벽면을 책으로 채운 서재형 거실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습니다.


점장님이 말씀 주셔서 좀 찾아봤는데 아이들 책이 크기도 다양하고 색상도 다양해서 아무래도 들쭉날쭉 꽂히기가 쉽잖아요? 그 때문에 거실이 다소 지저분해 보이는 케이스가 엄청 많더라고요.


수년 전에 지나간 트렌드라고도 하셨어요. 전 안 트렌디한 사람이라 유행은 상관없다만 아이 책장을 지저분하지 않게 관리할 자신이 도저히 없어서 서재형 거실은 포기!


대신 소파와 작은 책장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전동 슬라이딩 소파 좋더라고요. 술 많이 마신 날은 여기서 자면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할 거 같았습니다. (웃음)


매트리스가 총 3개인 이유는 누워봤는데, 딱히 표현은 안 했지만 마음에 많이 들었거든요. 근데 아내가 그 와중에 본가 어머니 침대 매트리스가 꺼져있던 걸 기억해 내고는 어머니 매트리스도 바꿔드리자고 한 겁니다. 그래서 마음에 든 김에 매트리스를 하나 더 사게 됐어요. 축하드립니다, 어머니. 며느리 잘 보셨네요.


후기

일단 좋은 가구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방에(재방문을 생각하면 두방) 해결할 수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내도 만족스러우니까 입을 안 대는 거겠죠. 이게 또 정말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아내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소처럼 되새김질을 하거든요. 딴 데 가봤어야 했을까 이걸 사는 게 맞았을까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물건을 파는 사람은 본인이 팔려는 물건에 대해 잘 알고 설명해 주시면 좋겠는데 잘 모르시거나 모르시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설명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라고까지 생각하진 않지만 오래간만에 물건을 잘 알고 잘 파시는 직원 분을 만난 것이 좋았네요. 그 덕에 공간 컨설팅 알차게 잘 받았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가구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했다는 생각에 만족도가 유난히 높은 것 같습니다.


유독 글 하나 써서 기억을 남길 만큼요.


다음에 지인이나 가족 가구 살 일 있으면 별 고민 없이 일단 네비 찍고 볼 거 같습니다. 틀림없이 상호명을 정확하게 기억 못 해서 몇 번 잘못 찍다가 아 맞다! 브런치에 써놨잖아! 하고 이 글을 다시 켜서 읽고 웃으며 네비를 찍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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