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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규 Nov 13. 2024

소백산에서 (2)

Episode 4

다음날 4AM

새벽 일찍 일어났지만 평소와 다르게 늦잠을 잔 것처럼 일어날 때 개운했다.

일어나자마자 간단히 씻고 바로 단양으로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그날따라 안개가 짙게 꼈는데

가는 내내 마치 저 구름 넘어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장막으로 우리 앞길을 가로막는 느낌이 들었다.

소백산 가는길에서 봤던 남한강

새벽녘이 드리우는 안갯속을 3시간 가까이 달려 우리 가족은 소백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오늘 우리 목표는 비로봉(1,439m)이었고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다리안 폭포에서 비로봉 코스였다.

도상 거리는 6.3km이며 실제 이동 거리는 7km 정도 된다.


출처:국립공원공단


소백산에 도착하기 직전 나는 소백산은 처음이라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경사도 완만하고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어 큰 걱정 없이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나는 큰일 났음을 짐작했고  얼마 안 가 그 짐작은 현실로 다가왔다.


등산로 경사는 인터넷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말로 완만했다.

하지만 초입부터 천동 삼거리까지 10도 정도의 경사가 끊임없이 계속 펼쳐젔으며

천동 삼거리에서 비로봉 까지는 20도 정도의 경사와 수많은 돌과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다리에 피로가 정말 대단했다. 게다가 공부하느라 몇 개월 만에 등산이라 체력도 바닥난 상태라 두배로 힘들었다.


”차라리 악산이었더라면,, 헉헉 악산이었더라면 내리막길이라도 있었을 텐데!!~“

나는 아빠에게 한탄하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지만 아빠는 웃으면서 “힘내”라는 한 단어 말씀하시고 엄마랑 힘차게 나를 가뿐히 추월하셨다.


10월 막바지의 산은

고행할 때 모든 욕구를 내려놓은 부처님처럼 거의 앙상한 가지만 남은 모습이었으며 나는 그 수많은 낙엽을 지르밟고 힘차게 정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갔다.


보통 산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평평한 길이 번갈아 있어

좀만 고통을 버틴다면 내리막길과 평평한 길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하지만 소백산은 다른 산들과 다르게

내리막길 오르막길 없이 정상까지 끊임없이 오르막길이 별 쳐졌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소백산은 우리에게 완만한 오르막길을 허락하기에 그 소백산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고통을 느낄수록

우리 대부분은 문제점과 해결책을 나 자신이 아닌 외부에서 찾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외부가 아닌 고통받고 있는 문제를 고통으로 바라보는 나 자신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그 문제는 나만이 해결할 수 있고, 나만이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끊임없이 경사가 펼쳐지는 고통스러운 산에서도

그 순간에 산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소백산은 우리에게 등산로 중간중간 걸터앉을 수 있는 돌을 제공하여 우리 가족은 덕분에 중간중간 쉬면서 천동 삼거리까지 도착했다.


천동 삼거리에 있는 정자에서  우린 김밥과 빵으로 허기를 채웠고 다시 힘을 내서 비로봉을 향해 나아갔다.

비로봉 까지는 남은 거리는 0.6km였으며 수많은 돌과 계단이 우리를 가로막지만 우리의 힘찬 발걸음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기세였다.

우리에 힘찬 기세로 비로봉 능선에 다다를 때쯤

능선은 우리를 강력하게 거부하는 것처럼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저 세찬 바람으로 인간의 자만함에 경고라도 하듯이 우리를 방해했다.


그 순간 우리는 힘찬 발걸음을 멈추고 자연의 위대함에 겸손을 보이니 마침내 소백산은 우리에게 그토록 꼭꼭 숨겨 감추고자 했던 몇천 년 동안 한자리에 우뚝 서있을 수 있었던 얼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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