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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과 허무의 법칙.

제1장. 사랑.

by 시골서재 강현욱

파르스름한 해변의 물결을 따라

욕망과 번민은 일렁이고

모래사장에 흔들리는 숫되고도 고혹적인

가녀린 너의 흔적을 추적한다.

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꿈결인가.


너의 눈 감은 입술에 별빛은 고인다

응축된 달빛의 인력은 내 귀에 속삭인다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한 나비처럼

나의 입술은 행성이 되어 궤적을 남긴다.


경악스러움 안에 숨겨진 너의 전율을 본다

숨길 수 없는 태양같은 관능이 공기를 태운다

숨 쉬기도 버거운 용암의 거품처럼

너의 얼굴은 붉게 부풀어 오른다.


나의 바람은 얼마나 짓궂으며

또한 달콤한 것인가

너의 당혹은 얼마나 인위적이며

또한 매혹적인 것인가.


나의 키스에 너의 눈빛은 웅성거리고

나의 애무에 너의 머리결은 타오른다

소란한 공간의 경계로 너의 허무가 간섭한다

정지된 시간의 틈으로 너의 지루함은 끼어든다.


시간은 다되었다

너의 향기는 꺼지고 어렴풋한 기억을 남긴다

성모마리아의 순결한 바람이 너의 붉은 뺨에 불어오고

차가워진 궤적은 마침내 소멸한다.


다시 해변은 고요하다

너의 흔적은 썰물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날카로운 육체의 기억은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오. 이 얼마나 헛된 꿈결인가

깊이 잠들거라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사랑의 시름이여

잠든 채 영원히 존재하리니.


덧. 오늘은 처서인데, 처서에 관한 정원 에세이를 마치지 못했습니다. 부득이 시로 대신합니다. 처서이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갑기만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작가님, 그리고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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