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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안녕.

제2장. 이별.

by 시골서재 강현욱


고요한 허공을 가르는 감빛 인사

여름을 닮아 타오르는 금빛 단어

심장이 녹아내리는 천상의 소리

너의 감미로운 안녕.


우리의 안녕이 머문 계절

가장 뜨거웠던 그해 여름

나에게 여름은 언제나 그해 여름

태양처럼 눈부시던 경외스러운 공포.

이렇게나 혹적이었던가

안개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언어의 육체

수없이 더듬어도 알아볼 수 없는

은밀한 너의 안녕.


아득한 소리 더듬으며 맞이하고

어둑한 의미를 뒤적이며 보내야만 하는

나의 시름과 울음

너의 안녕에 드리워진 그림자.


수많은 옷을 갈아입는 너의 입술

마침내 단정한 수의를 차려입은 너의 떨림

그해 여름이 남긴 가슴저민 흔적

네가 남기고 간 수많은 안녕의 향연들.


차가운 여름이 지나가는 기척

다른 누구에게는 할 수도 없는

나의 세계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비명

혀 끝으로 가까스로 밀어내는 읊조림.


너의 안녕들 속에 홀로 남은 나의 안녕

부디, 그대가 안녕하길

바람이 실어가는 나의 기도.


덧. 처서가 지났는데 여름의 흔적은 여전히 그대로입니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본성은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일터의 일이 쏟아지니 못본 척하지 못해 매시 매분을 머리를 부여잡고 뛰어다닙니다. 이런 제가 순간순간 한심하게 여겨지는 나날입니다. 이런 나날은 지나가도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속상하기도 하지만. 곧 안녕한 나날이 오리라 기대해 봅니다.

작가님들, 그리고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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