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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원.

제3장. 삶.

by 시골서재 강현욱


이제 너의 정원을 떠나려고 해 잘 지내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서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다듬던 벚나무 가지를 마져 자르다 베인 살갗에는 핏물이 흘렀다 당신이 가슴을 두드리며 아파할 때 짓는 표정이었기에 이제 그 고통의 근원이 내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신도 잘 지내 당신이 사라진 정원은 어떤 사명처럼 자신의 몫을 여전히 다하였다 나는 그 모습이 가끔 미친 것처럼 보여서 소스라칠만큼 무서운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럴때면 달을 올려다보곤 했는데 그게 당신과 갔었던 영월을 기억나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다시 내 안의 파도는 잠잠해지곤 했다 영월에서 당신은 죽은 후엔 나에게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죽은 후에 당신은 나를 알아보지 못할거라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몇 해가 흘러 한참 자라는 아이처럼 성큼 커버린 당신이 다시 찾아왔다 아직 죽지 않았는데 왜 찾아왔어 당신은 말없이 정원에 쪼그리고 앉아 변함없는 꽃들을 매만지고 향기를 맡았다 그때마다 꽃들은 무슨 짐승처럼 허리가 휘어지고 꺾였다 벚나무 가지를 자르다 말고 숨을 참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다 결국 베인 손에서 다시 핏물이 흘렀다 당신이 떠날 때 베인 흉터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에 경악스러웠으나 어떤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죽기 전까지 기억해야 죽은 후에도 알아볼 수 있는 거라고 당신은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의 모든 걸 기억하는데 죽은 줄 알았던 건너편 할아버지네 개가 다시 나의 정원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덧. 산문이 쓰고 싶은데 결국 산문시를 썼습니다.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무게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정원을 한참 가꿀때의 시간은 온전히 기억과 글로 남았었는데 요즘 저의 시간은 허공에 흩뿌려지는 기분입니다. 매일 알차게 살아보려 애쓰지만 쉽지 않은 시간인 듯합니다. 의미가 가득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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