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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다른 이를 본다 해도.

제1장. 사랑.

by 시골서재 강현욱


나의 그림자를 지나는 그대의 시선에 무너지는 내 가슴을 남몰래 붙들어야 하고 나의 손끝을 스치는 그대의 손길에 떨어지는 내 눈물을 모아 숨겨야만 하는데 나를 보며 그 사람을 생각하나요 우리의 시간 속에서 그와의 추억을 살아가나요 없던 그대의 지난 세월을 보듬어 안아보려 해도 아득한 물안개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가 않는데 건너갈 수 없는 시간의 장벽 앞에 무거운 나의 고개는 어찌하지 못해 떨궈지고 좁혀지지 않는 거리의 간극 앞에 아무데서나 무릎은 힘없이 꺾이고야 마는데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애써 웃어도 보지만 그대의 소매 끝자락을 나는 차마 놓을 수가 없고 슬픈 눈빛을 삼키려 고개를 돌려도 보지만 그대의 발끝만 보며 나는 뒤따라만 가는데 나에게서 그 사람을 그리나요 나와의 시간에서 지난 시절을 떠올리나요 그대만 바라보는 나는 여전히 보이지가 않나요 나와의 시간 안에서 미래를 볼 순 없나요 오늘도 희뿌연 달무리 아래에서 하늘만 바라보네요 시간을 되돌려서 그대의 시절에 닿을 수 있기를 사나운 바람이 그대와 나를 가르며 지난다 해도 내가 그대와의 약속을 끝내 지켜낼 수 있기를 영원한 세월 이끼가 되어버리면 이보다는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한없는 시간 별빛이 되어버리면 이보다는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럴수야 없을 테지만.


덧.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보다 눈물이 조금 흐르네요. 몇 번을 봐도 이러내요. 가을비가 꽤나 오래 내리기에 다시 보게 됩니다. 누군가와의 추억들이 빗방울과 함께 떨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부디 모두의 추억이 가슴 속에서 고요히 빛나기를 바랍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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