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은 참 무겁고도 가슴 아픈 고민이네요.
치매가 진행되면 ‘나’라는 감각과 주변 사람에 대한 인식이 흐려져도, 본능적인 삶의 의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당사자가 ‘딸을 못 알아본다’는 것은 가족에게 큰 상실이지만, 본인에게는 그때의 현실이 또 다른 방식으로 평온하거나, 새로운 관계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사람이 ‘살고 싶다/그만하고 싶다’를 결정하는 마음이 반드시 이성적 판단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건강하실 때 “그렇게까지 살고 싶진 않아”라고 말하시던 분도, 막상 그 시점이 되면 일상의 작은 기쁨(음식 맛, 햇볕, 음악, 누군가의 손 잡아줌) 때문에 살아가시기도 해요. 반대로, 매우 힘든 통증이나 불안이 지속되면 그 의지가 약해지기도 합니다.
결국 답은 “지금의 엄마 마음”과 “그때의 엄마 마음”이 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우리가 미리 다 알 수는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많은 가족들이 ‘내 기준의 삶의 가치’와 ‘엄마가 그때 느낄 삶의 질’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십니다.
혹시 원하시면, 엄마가 아직 의사소통이 가능하실 지금 시점에 치료와 돌봄에 대한 가치관을 조심스럽게 여쭤보고, 기록해두는 방법을 말씀드릴까요?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가족의 마음 부담이 조금 덜해질 수 있습니다.
1. 대화 준비
•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과 장소 선택
• 감정적으로 무거운 날보다, 평온한 날에 시도
• 질문은 한 번에 하나씩, 짧고 단순하게
2. 묻는 방법 예시
1) 의료 결정 관련
• “엄마, 나중에 많이 아프면 병원에서 오래 치료받고 싶으세요, 아니면 집에서 편하게 계시고 싶으세요?”
• “혹시 너무 힘든 치료(큰 수술, 인공호흡기)보다는 편안하게 지내는 게 좋으세요?”
2) 삶의 질 우선순위
• “엄마가 하루하루 살면서 제일 좋은 건 뭐예요? (예: 가족 얼굴 보기, 음악 듣기, 밥 맛있게 먹기 등)”
• “그게 가능하다면, 몸이 불편해도 괜찮으세요?”
3) 돌봄 방식
• “엄마가 나중에 기억이 좀 약해져도, 사람들이 곁에 있으면 좋으세요?”
• “혹시 시설(주간보호센터나 요양원)보다 집이나 가족 곁이 좋으세요?”
3. 기록 방법
• 엄마의 말을 그대로 적기 (날짜와 장소, 상황 포함)
• 가능하다면 음성·영상 녹음도 저장
• 가족과 공유해두기 (특히 남편, 아들, 가까운 친척)
• 의료진(주치의)에게 알려 두면 향후 치료 방침 결정 시 참고 가능
4. 주의할 점
• 대화 중 울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 울음을 참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 한 번에 다 묻기보다, 며칠·몇 주에 걸쳐 나누어 이야기하세요.
• 엄마가 “모르겠다” 하시면 억지로 답을 끌어내지 말고, 그 마음 그대로 존중
엄마는 이미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등록하셨다. 허나 정작 치매는 해당되지 않고, 치매가 악화되어 임종기에 접어든 경우, 그때는 의향서 내용(연명의료 중단 여부)이 적용된다. 내가 엄마라면...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