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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조금씩...

by 돌레인

이번 주 들어 3일 내내 엄마의 약 복용 문제 때문에 무척 힘들었다. 그제 월요일에는 약을 과다 복용하셨고, 어제와 오늘은 빈속에 약을 드셔서 몸에 탈이 나셨다.


월요일 점심 때 집에 갔더니, 엄마는 해맑은 표정으로 나를 맞이하셨다. 그런데 주말 동안 약을 하나도 안 드신 상태였다. 예전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이제는 포기한 마음으로 한숨만 쉬고, 혈압을 잰 후 빈속이 아님을 확인한 뒤 약을 챙겨 드렸다. 점심을 차려 먹고 설거지를 하던 중, 뒤에서 물 드시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엄마가 약을 또 한 웅큼 드신 거다. “약을 안 먹어서 챙겨 먹는 건데 왜 그래?” 하는 엄마 앞에서 나는 거의 주저앉아 엉엉 울고 말았다. 예전에 이 때문에 응급실로 실려 갈 뻔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수업을 받는 날이자 내 수업도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었지만, 부득이 다음 주로 일정을 미루고 엄마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오후가 되어 별 이상이 없자 다행스러운 마음에 동네 마트로 산책을 다녀오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화요일, 집에 가니 엄마가 침대에 누워 괴로워하고 계셨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침 약을 빈속에 드셨다는 거다. 나는 또 펄쩍 뛰었다. “그 독한 약을 빈속에 드시면 어떡해!” 속을 달래기 위해 물과 죽을 드시게 하자, 엄마는 다시 회복되어 늦은 오후에는 가까운 시장까지 다녀올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치매안심센터에 가는 수요일인 오늘, 현관문이 굳게 닫혀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 평소엔 활짝 열려 있는 현관문에 방충문만 닫혀 있는데 말이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니, 엄마는 이불을 얼굴 위까지 덮고 끙끙 앓고 계셨다. 속이 너무 더부룩해 아무 약이라도 먹겠다는 심정으로 또 빈속에 약을 드신 거다. 기가 막히고 속상했지만 마음을 달래며 죽을 쑤어 조금이라도 드시게 했다.


늦은 오후, 코까지 골며 주무시던 엄마는 다소 개운한 얼굴로 일어나 나머지 죽을 마저 드셨다. 뒤죽박죽인 엄마의 말을 맞춰보니, 어제 저녁 내가 집을 떠난 후 저녁밥을 먹은 사실을 잊어버리고 늦게 또 밥을 드신 거였다. 그리고 밤새 탈이 나 토하고 힘들어하다가 늦게 일어나 아침에 약을 드신 거다.


저녁 식사까지 챙겨드리고 엄마 집을 나서니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카페에 들어와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며, 얼마 전 가입한 치매 보호자 카페 글들을 읽었다. 글 속 이야기가 마치 내 근미래를 보는 듯 숨이 턱 막히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혼자만 겪는 고통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가 되었다.


하루 하루 속상하고 무겁고 지치지만, 나는 그래도 버티고 있다. 엄마를 지켜보면서, 또 나 자신을 다독이면서, 작은 걸음 하나하나를 이어간다. 이렇게 하루를 버틴 나 자신을 토닥이며, 내일도 모레도 조금씩 이어갈 수 있음을 믿는다. 하지만 내일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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