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게 됐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끼던 차, 문득 깨달았다.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전보다 훨씬 편안해졌다는 것을. 예전에는 기억을 잊는 모습에 답답함과 화가 올라올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마음은 무겁고, 둘만의 시간이 힘겹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씩 다른 길을 찾아냈다.
엄마와 대화할 때 무엇이 통하는지, 어떤 말과 태도가 서로를 편하게 만드는지 살피고 시도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엄마는 기억력에만 문제가 있을 뿐,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느낌은 온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과거의 잘못이나 잊어버린 일을 따지기보다, 현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엄마도 한결 편안해지셨다. 내 말에 귀 기울이시고, 함께하는 시간이 부드럽게 흘러갔다. 지금의 평온한 순간을 위해, 그동안의 수고와 고민이 차곡차곡 쌓였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 엄마가 말씀하셨다.
“내가 복이 많구나.”
그 짧은 한마디가, 지금까지 내 마음과 노력을 온전히 받아준 것 같았다. 돌봄은 때때로 끝없는 반복처럼 느껴지지만, 엄마가 자신의 삶을 감사하게 느끼는 순간, 그 곁에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감사했다.
엄마와 나, 서로의 존재가 지금을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 단순하지만 깊은 깨달음 덕분에, 우리 둘만의 시간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가벼워졌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작은 행복을 발견한다. 엄마의 웃음, 엄마의 말, 그리고 그 곁에서 내가 느끼는 마음의 평화까지. 이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