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는 아주 총명하셨다! 오전에 치매안심센터 정원 특강 수업이 있는 날이라, 아침을 같이 먹으러 엄마네로 건너갔다. 새벽에 일어나신 엄마는 머리가 맑아 책까지 읽으셨다고 한다. 게다가 어제 있었던 일들을 다 기억하시고, 앞집 할머니와 나눈 대화까지 척척 떠올리셔서 진짜 놀랐다.
이렇듯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도 있다. 머릿속이 안개가 낀 듯 뿌옇고 멍해진 날이면, 무엇을 여쭤도 기억이 나지 않고 엉뚱한 말과 행동으로 나를 힘들게 하신다. 나이 들면 정신이 왔다 갔다 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음을, 특히 혈관성 치매를 앓고 계신 엄마를 통해 실감한다. 뇌신경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니 더 그렇게 느껴진다.
백내장 수술을 한 달 앞두고 있어 혈압을 낮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컵과 유산균, 혈압약을 복용하시라는 메모를 식탁에 붙여두었더니, 엄마는 곧잘 따라 주셨다. 나머지 약들은 이른 저녁을 함께하며 내가 챙겨드리고 있는데, 덕분에 엄마는 밤에 잠도 푹 주무신다고 한다.
신경세포를 보호하던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뇌세포 밖으로 나와 뭉치면서 뇌세포를 파괴하는 게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라 한다. 지난 3월에 찍은 MRI를 보니 이미 엄마의 뇌는 이 단백질로 허옇게 덮여 있고 단기기억을 담당하는 두 개의 해마는 상당히 위축돼 있었다. 게다가 지난달엔 갑작스러운 변실금까지 나타나 이번 달부터 인지기능 약을 증량했더니 확실히 상태가 나아지시고, 신기하게 변실금 증세도 없어졌다.
그런데 지난주 내내 혈압이 160까지 올라 무척 걱정했는데, 병원에서 조언해 준 대로 약 복용 시간을 바꾸니 이번 주에는 140 아래로 내려왔다. 눈 수술 전까지 더 낮추는 것이 관건이지만, 희망은 보인다.
그래도 오늘처럼 맑은 날이 있어 다행이다. 엄마가 기억을 되찾고 마음 편하게 하루를 보내시는 모습을 보면, 힘든 순간도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모여 앞으로의 시간을 지탱해 주리라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