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점심부터 저녁까지 엄마를 돌보고 있다. 다행히 엄마는 아직 혼자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에 오전과 밤에는 내 시간을 가진다. 치매안심센터 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는 엄마가 활동하는 동안 근처 카페에 들러 작은 여유를 누린다.
나를 붙잡아 주는 것은 독서와 필사다. 한글 문장 필사는 오래전부터 만년필 관리를 위해 해오고 있는데, 활자를 읽고 손으로 옮겨 쓰는 일이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영어와 일본어를 번갈아 쓰니 두뇌 훈련으로도 더없이 알맞다. 독서 또한 일본 근현대 단편집을 읽으며 요약을 곁들이니 작품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읽는 즐거움이 곧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내년에 다시 시작할 그림 수업을 준비하며 커리큘럼을 재정리해 두었지만, 정작 필요한 자료 그림을 그리는 일은 번번이 미루게 된다. 마음이 조급해져서인지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도 엄마의 눈 수술이 잘 회복된 뒤에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시작하려 한다.
엄마의 단기 기억력은 날마다 약해지고 있지만, 약 복용, 식사, 인지 활동을 규칙적으로 이어가다 보니 우리 둘 모두 조금씩 적응해 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함께 돌보는 일이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만 돌봄이라는 긴 여정을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